한국인이 기록한 ‘잊힌 미얀마’…그들은 아직도 쿠데타와 싸운다

2024-10-22

포가튼 미얀마

최진배 지음 | 들꽃 | 336쪽 | 1만8000원

P는 미얀마의 한 마을에 사는 청년이다. 어느날 옆집 형이 휴대전화와 편지 한 장만 남기고 무장단체에 합류하러 떠났다. 휴대전화에 남긴 일기에는 2021년 2월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어메 수’(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가 체포됐다는 소식부터 3개월간의 엄혹한 일상이 담겨 있었다. 편지는 어머니에게 쓴 것이었다. “군부 독재 아래선 어머니와 제가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꿈꿔온 모든 일들을 포기해야 합니다. 혁명이 끝나 새날이 올 때까지 저는 돌아오지 않겠습니다.”

미얀마는 반세기 이상 군부가 지배한 나라였다. 2020년 11월 미얀마 총선에서 민주화 운동가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족주의민주동맹(NLD)이 압승하자 이듬해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켰다. 미얀마 시민들의 항쟁은 군부 독재 정권과의 내전으로 확대돼 두 해를 넘겼다. 미얀마 평화활동가 최진배의 산문집 <포가튼 미얀마>는 군부 쿠데타에 맞서 싸우는 미얀마 시민들의 삶을 ‘실화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최진배 활동가는 한국에 미얀마 현지 소식을 전하는 페이스북 뉴스 그룹 ‘미얀마 투데이’를 운영한다. <포가튼 미얀마>에는 영문 알파벳을 가명으로 쓴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미얀마의 실제 사건들과 현장 활동가들의 증언 등 실화를 토대로 구성한 이야기다. 주인공들의 행적을 따라가면 전투 현장의 한복판에 있는 듯하다. 최 활동가의 경험과 다양한 제보를 토대로 쓴 에세이와 인터뷰가 함께 실렸다.

한국 언론이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았던 참혹한 사건들이 현장의 시선으로 세밀하게 기록됐다. 군경이 쏘는 최루탄을 우산으로 방어하는 시위대, 무릎을 꿇은 채 총격을 멈추라고 호소하는 수녀, 목숨을 잃은 시민을 기리는 ‘꽃의 파업’ 시위, 군부와 교전하는 소수민족 혁명단체와 시민방위군, 군부가 피란민을 불태워 학살한 현장 등의 실제 사진도 적나라하게 담겼다.

최 활동가는 2017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원으로 미얀마에서 일하다 협력기관 직원이던 미얀마 여성 녜인 따진과 결혼했다. 미얀마에 정착하려 했지만 한국에 귀국한 사이 코로나19 팬데믹에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며 발이 묶였다. 현재는 미얀마어 통·번역가로 활동하며 부인과 함께 ‘미얀마 투데이’를 운영한다.

최 활동가는 책을 마무리하며 “사라진 이들에 대한 가련함과 슬픔, 두 감정이 기억될 수 있도록 이야기를 구상했다”며 “이 이야기가 여전히 불의에 맞서 치열한 투쟁을 벌이는 이들이 있다는 점을 우리 사회에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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