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챗GPT가 교육 분야에도 진출했다. 그것도 아이들에게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됐다. 에듀테크 기업 디엔소프트는 챗GPT 기반의 초등 영어, 수학 학습 서비스를 개발했다. 챗GPT가 학생 개별 학습 수준에 맞춰 문제를 내고 풀이를 해주는 일대일 개인 교사의 역할을 한다. 정답을 맞추거나 틀렸을 때는 그에 맞는 응원, 격려를 해주기도 한다.
재밌는 점은 챗GPT가 초등학생 교육에 소질(?)이 있다는 것이다.챗GPT가 적용된 영어 학습 서비스를 쓰기 전과 후 학생들의 학습능력이 15% 올랐다는 것이 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지난달에는 말 잘하는 챗GPT가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수학 서비스를 출시했다. 수학 문제 ‘풀이’에 집중해 학생들의 이해도를 높이고 문제 풀이 능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디엔소프트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보다 학습을 잘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게임요소다. 요즘 아이들에게 익숙한 메타버스 환경을 기반으로 문제를 내고 진도를 나갈 때마다 보상을 줘, 아이들에게 학습동기를 부여했다.
디엔소프트는 처음부터 에듀테크 기업은 아니었다. 기업의 홈페이지 외주 제작을 맡은 에이전시로 출발, 대부분의 고객이 교육 관련 기업으로 교육 콘텐츠를 개발했다. 소위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다는 교육 기업과 한 번씩 손을 잡아봤다. 그러다가 코로나19 때 비대면 교육이 시작되면서 학생들의 학습능력 편차가 벌어지는 것을 보고, 김 대표는 공교육 시장에 직접 뛰어들기로 했다.
영어, 수학 등 교육에 AI가 접목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바이라인네트워크>는 7일 서울 금천구 디엔소프트 사무실에서 김성수 대표(=사진)를 만나 서비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알공은 어떤 서비스인가
초등교육을 위해 만든 코스웨어(교과서가 들어있는 소프트웨어)다. 먼저 출시한 알공영어를 설명하자면, 학생들이 알공영어에 접속하면 로블록스 같은 메타버스 공간을 접하게 된다. 친구들과 함께 행성을 꾸미는 것이 학생들에게 주어진 미션이다. 이를 위해선 게임 속 가상 머니(돈)가 필요한데, 머니를 벌기 위해선 학습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영어를 읽고 쓰고, 말하는 연습 등이다. 선생님은 서비스의 대시보드를 통해 학생들의 학습 진도와 수준을 파악해 그에 맞는 보상을 제공할 수 있다.
-서비스 개발 계기는 무엇인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제한이 많아지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학습수준 격차가 심해졌다. 사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영어 과외 등 교과 과정 진도를 먼저 나간 반면, 사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학습 진도를 잘 따라오지 못하는 편차가 생겼다. 결국 선생님들이 수많은 학생들의 학습 능력, 진도를 다 맞출 수 없는 어려움이 생겼고, 이를 해결하고자 알공영어를 개발하게 됐다. 학습 난이도를 상, 중, 하로 크게 나눠 학생 개개인에 맞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용 후기는 어떠한가
학생들이 좋아한다. 평소에 게임으로 즐기던 메타버스라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 또 선생님들에게 알파벳을 몰랐던 친구들이 영어 단어를 알게 됐다는 등의 피드백을 받고 있다. 마케팅을 하지 않고 입소문만으로 작년에 450개의 학교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지난해 알공영어 서비스를 쓴 선생님의 75%가 먼저 서비스를 써 본 선생님의 추천을 받아서 쓴 경우다.
-핵심 질문일 것 같은데, 학생들의 알공영어 사용 전 후 학습능력 차이가 어느 정도 나는지
작년 기준 4만명 학생, 1000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내부 분석을 한 결과 참여 학생 80%가 알공영어를 접한 뒤로 학습능력(단원 평가 기준)이 15% 향상됐다. 중요한 건 성적이 하위권이었던 학생들의 학습능력이 올라갔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알공영어를 게임처럼 흥미로워하고 영단어를 자연스럽게 접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교육이 공부 잘하는 학생을 더 잘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공교육은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에게 똑같은 교육의 기회를 주고 성적을 상향 평준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흥미있어 할 만한) 게임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만들었다.
-어떤 AI모델을 활용하고 있나
챗GPT-4o와 챗GPT-4o 미니를 쓰고 있다. 학생과 교과서 기반의 대화, 대화 기반의 교육을 할 때는 챗GPT-4o 미니(mini)를 쓴다. 해당 학생이 자주 틀리는 영어단어가 있다면, 관련된 연상 문제를 낸다. 예를 들어, 챗GPT-4o 미니가 학생에게 “음메 우는 동물은?”이라고 물으면 학생은 ‘소’라고 답한다. 이어 미니가 “소의 스펠링은 무엇이지?”라고 묻는 식이다. 챗GPT-4o 미니에게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기반으로 미리 설정한 표준 대화세트를 기반으로 학생과 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어떤 데이터를 학습했나
데이터 학습은 하지 않았다. 퓨샷(Few-shot)러닝(AI모델이 적은 수의 레이블이 지정된 예제를 학습해 정확한 예측을 수행하는 방법을 학습하는 머신러닝 프레임워크) 기법을 활용했다.
다만, 알공영어의 경우 파닉스(단어의 소리, 발음을 배우는 교수법)를 학습시켰다. 5세에서 9세 아이들의 영어 발음을 학습시켜, 아이들의 발음을 더 잘 인식하도록 했다.
-알공 서비스, 게임 요소가 큰 만큼 면학 분위기 조성이 어려울 것 같다
처음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공교육일수록 교실에서의 제어가 필요하다고 봤다. 선생님이 듣기, 말하기, 대화 등 게임을 설계할 수 있다.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것부터 미션 수행까지 선생님이 일괄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선생님은 몇 명의 학생이 어디까지 진도를 나갔는지 알 수 있다. 수업 시간이 끝나면 선생님이 일괄 로그아웃할 수 있도록 했다.

-얼마 전 알공수학을 내놨다고
지난달 알공수학 서비스를 출시했다. 선생님들께 가장 많은 피드백을 받은 것이 “수학이야말로 기초를 알지 못하면 따라갈 수 없는 과목”이었다. 아이들이 문제를 못 풀면 비슷한 문제를 계속 던지는 것이 아니라, 일대일로 붙어서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는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알공수학은 챗봇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일대일 학습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챗봇이 “그림 속에 삼각형이 몇 개가 있어?”라고 묻는다. 학생이 ‘5개’라고 답하면, 챗봇이 “두개를 더 찾아봐”라고 지도해준다. 이런 식으로 교과서에 있는 모든 단원에 있는 개념을 게임화했다.
-이를 위해 어떤 기술적 노력을 했는지
모든 문제마다 챗GPT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가령, “이 수학 문제는 한국에 있는 3학년 학생의 수준으로, 이 계산이 되면 어떤 단계, 그리고 다음 단계를 통해 최종적으로 문제를 풀도록 해야 한다”고 설정했다. 학생이 답을 틀릴 경우, 맞을 경우도 제시를 했다. 이러한 작업을 문제 하나하나마다 다 했다.
-만약 수업과 관련이 없는 질문을 하는 변수에는 어떻게 대처하나
이 부분은 파인튜닝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첫사랑 얘기를 해달라”, “하기 싫다”는 등의 말을 하면 절대 응대하지 않도록 설정했다. 이렇듯 챗GPT 가 하지 말아야 할 것들(예를 들어 폭언, 욕설 등)을 설정해뒀다.

-문제를 풀고나면 학생이 틀릴 수도 있고 잘할 수도 있는데, 여기에 대한 칭찬, 격려 등의 감정적 교류도 가능한가
가능하도록 기능을 넣었다. 학생이 문제를 잘 풀었을 때, 혹은 틀렸을 때 챗GPT가 해서는 안되는 반응을 설정하고 표준적인 반응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가령 답을 틀렸다면 “다른 것도 생각해보자”, “다시 한 번 해볼래?” 등의 격려의 말을 할 수 있다. 또 같은 말을 반복해서 하지 않도록 했다.
-학습에 AI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교과서와 교육과정은 하나다. 어떤 학생에게는 이 학습 내용이 쉬울 수 있고, 반대로 어려워할 수 있다. 결국 한 반의 학생 수가 30명이라면 30명 개개인의 선생님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금 교육 과정에서 AI는 개인화, 즉 각 학생들에게 맞는 피드백을 주는 보조 선생님 역할을 할 수 있다.
-할루시네이션 현상이 있는지
지금까지 생긴 적이 없고, 앞으로도 영어, 수학 과목에서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할루시네이션이라는 것이 사실이 아닌 말을 하는 것인데, 초등 영어는 문법과 어휘만 다루기 때문에 할루시네이션이 생길 가능성이 적다.
-공공기관 인증을 받았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의 디지털서비스인증을 받았다. 과기부가 인증한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를 공공기관이 도입할 수 있다. 따라서 학교 등의 교육기관이 SaaS 기반의 알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영어, 수학 외에도 다른 과목으로, 또 초등 교육 외에 중등이나 고등 등 서비스 범위를 넓힐 계획이 있는지?
그렇다. 지금 초등교육을 위한 국어, 사회, 과학 과목을 개발 중이다. 세 과목은 할루시네이션과의 전쟁이다. 올해 안에 서비스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