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만난 XR 헤드셋 ‘갤럭시 XR’ 출시···삼성·구글 의기투합 성과낼까

2025-10-22

22일 삼성전자의 확장현실(XR) 헤드셋 ‘갤럭시 XR’을 착용하자 공중에 선명한 화면이 떴다. 엄지와 검지를 맞대는 방식으로 ‘클릭’하며 유튜브의 XR 전용 영상을 선택하니 순식간에 몰디브 해변이 펼쳐졌다. 고개를 돌려도 풍경이 이어졌고, 위를 올려다보니 푸른 하늘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구글의 인공지능(AI) ‘제미나이’를 호출해 “뉴욕 맨해튼으로 안내해줘”라고 말하고는 3차원(D) 지도 속 스카이라인을 감상하기도 했다. 아이돌 그룹의 공연 영상을 볼 땐 한 멤버가 앞으로 걸어나오자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뺐다. 실제로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AI와 결합된 XR 헤드셋 ‘갤럭시 XR’을 국내와 미국 시장에 출시하며 XR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메타와 애플이 먼저 XR 헤드셋 시장에 진입했지만 대중화에는 이르지 못한 가운데 갤럭시 XR이 변화를 몰고 올지 주목된다.

갤럭시 XR은 삼성전자와 구글, 퀄컴이 공동 개발한 전용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XR’을 최초로 탑재한 기기다. 구글 지도·포토·유튜브 등 구글의 기본 서비스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즐겨 쓰는 애플리케이션을 갤럭시 XR로 사용할 수 있다. 구글 제미나이와 대화에 특화된 제미나이 라이브가 탑재돼 사용자가 보는 것과 듣는 것을 같이 인식한다. XR 화면뿐만 아니라 이용자 앞의 실제 환경에 대해서도 AI가 정보를 제공해준다.

정밀한 센서, 카메라, 마이크와 ‘퀄컴 스냅드래곤 XR2+ 2세대 플랫폼’ 칩셋 등 고성능 하드웨어가 탑재돼 사용자의 머리, 손, 눈의 움직임과 음성을 정확히 인식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XR은 멀티모달 AI(다양한 유형의 정보를 동시에 이해하고 처리하는 기술)의 가능성을 확장한다”고 강조했다.

기기 무게는 545g, 가격은 269만원이다. 썼을 때 무겁다는 느낌이 크게 들진 않았다. 애플이 이날 글로벌(한국 제외) 출시한 비전 프로 신형(무게 750~800g·가격 499만원부터)보다 가볍고 저렴하다.

글로벌 XR 시장은 메타가 70만원 안팎의 가격을 내세워 시장을 선점한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메타는 점유율 71%를 차지했고 소니(6%), 레이네오(5%), 애플·피코(각 4%)가 뒤를 이었다. 애플은 지난해 2월 비전프로를 처음 선보였지만 비싼 가격과 무게, 활용 콘텐츠 부족 탓에 흥행에 실패했다. 최근에는 헤드셋보다 스마트글라스 개발에 주력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갤럭시 XR은 무게와 가격, 콘텐츠 면에서 비전프로보다 상대적으로 강점을 갖췄다. 다만 200만원대 후반의 가격은 여전히 소비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어 시장 반응은 지켜봐야 한다.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이 XR의 가치를 체감할 수 있도록 파트너사들과의 협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어도비, 미국프로야구(MLB), 미국프로농구(NBA) 등 글로벌 주요 서비스와 연계한 XR 콘텐츠를 제공한다. 국내에선 네이버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이 XR 전용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당장의 판매 실적보다 시장 개척에 무게를 두고 다양한 XR 폼팩터(제품 외형) 개발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임성택 한국총괄은 이날 브리핑에서 “단순한 분기별 성과나 실적보다는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더 큰 의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구글과 협력해 안경 형태의 차세대 스마트글라스를 개발 중이다. 회사는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 와비 파커와의 협력을 통해 스타일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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