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영민(30·키움)은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스스로 돌파구를 만들었다. 결과가 좋지 않았던 구종을 과감하게 버리고 상대 팀 에이스의 그립을 벤치마킹했다. 그 결과 팀은 연패를 탈출했고 하영민은 7이닝 무실점 승리투수가 됐다.
하영민은 지난 22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7이닝 동안 사사구 없이 피안타 3개, 탈삼진 3개를 기록하며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직전 두 번의 선발 등판에서 각각 4이닝, 4.2이닝 동안 6자책점을 올린 뒤 조기 강판됐던 하영민은 완벽하게 부활에 성공했다.
하영민은 경기 후 “예전에는 슬라이더를 세게 던지려고만 했더니 구속이 오르면서 커터가 되더라”라며 “그렇게 슬라이더 없이 커터만 던졌었는데 지난 두 경기에서 커터가 안 좋아서 오늘은 커터를 하나도 던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하영민은 이날 투수코치에게도, 포수에게도 알리지 않은 자신만의 ‘비밀 작전’을 수행했다. KIA의 에이스 선발 투수인 제임스 네일의 스위퍼 그립을 따라 한 것이다. 그는 “어제 우연히 네일 선수의 스위퍼 그립을 보고 따라 던졌는데 생각보다 잘 나오더라”라며 “제가 던졌을 땐 스위퍼는 아니고 슬라이더겠지만, 오늘 경기에서 던져봤는데 결과가 좋게 나왔다”라고 말했다.

하영민은 “커터가 안 되다 보니 오늘 뭐라도 한 번 던져보자 하고 스위퍼 그립으로 던져 봤다”라며 “코치님과 (김)재현 형은 모르실 것이다. 그냥 슬라이더라고 생각하실 것”이라며 웃었다.
이번 시즌 하영민의 어깨는 유독 무겁다. 국내 1선발이자 팀의 중고참으로서 불안정한 선발 로테이션의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우리 팀에 지금 4~5선발이 있나”라며 “하영민, 김윤하 등 국내 2~3선발이 안정적으로 역할을 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영민은 풀 타임 선발 첫해였던 지난해 3선발로 자리매김하며 든든한 국내 에이스로 활약했다. 올해는 2선발이 됐다. 상대 팀의 ‘원투펀치’와 경쟁하는 날이 많아졌다. 하영민은 “저는 상대 팀 투수와 붙는 게 아니라 타자와 붙는 것”이라며 “제가 잘 던지고 점수를 안 주면 우리 팀이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상대 선발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영민은 “투수들의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라 ‘우린 어차피 계속 공을 던져야 하니까 자신 있게 자기 볼을 믿고 던졌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라며 “저부터 제 볼을 믿고 던져야 어린 선수들도 저를 보면서 생각이 바뀔 수 있을 테니 저부터 바뀌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