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마음
2018년 12월, 한 대학병원의 신경과 진료실. 70대 중반의 아내가 알츠하이머병 판정을 받았다. 알츠하이머는 뇌 신경세포가 손상돼 서서히 기억력이 저하되다가 언어력·판단력·일상 수행력까지 잃는 병이다. 시한부 선고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아내도, 남편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의사 앞에서 이런 농담을 주고받았다.
아내: “당신, 올해 안에 새 장가 가긴 글렀슈.”
남편: “신년 계획은 다 틀어졌네.”
아내: “수 틀렸지 뭐.”
이는 『순간을 달리는 할머니』를 쓴 엄유진 작가의 부모님이 겪은 실화입니다. 그의 어머니 우애령 소설가가 8년 전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은 그날, 아버지 엄정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와 이런 티키타카를 주고받은 겁니다. 그리고 아버지 엄 교수는 지난해 파킨슨병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날은 온 가족이 함께 ‘파킨슨병 파티’를 열었답니다.

심각한 질병을 앓고 계신, 하지만 범상치 않은 유쾌함을 지닌 부모님과 함께 사는 엄 작가는 8년째 부모님의 투병기를 웹툰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투병기 역시 좀 이상합니다. 어둡고 무겁지 않고 매 순간 밝고 경쾌합니다. 환자인 노부부는 장난꾸러기 소년·소녀 같고, 이들을 돌보는 딸(엄 작가)은 친구 같습니다.
엄 작가의 태국인 남편, 호기심 많은 딸, 외국살이 하는 오빠네와 남동생네 가족도 남다릅니다. 언제나 환하게 웃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엄 작가의 인스타그램(@punj_toon) 팔로어는 20만 명에 달하고, 독자의 요청으로 『순간을 달리는 할머니』단행본도 두 권이나 썼습니다.
사람들이 엄 작가 가족에 호응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웃음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이 가족의 이야기 속엔 인생의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화나고 슬퍼도 여유있게 웃는 노부부의 삶의 기술을 배울 수 있죠.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찰리 채플린)이라죠. 그런데 엄 작가 가족의 일상은 가까이에서 마주한 비극마저 시트콤으로 만들어버립니다. ‘파킨슨병 파티’처럼요. 어떤 상황에도 웃을 수 있는 비결이 뭘까요? 지난달 26일 엄 작가에게 물었습니다.

이런 내용을 담았어요
📌 내가 파킨슨병이라고? 파티를 열자
📌 알츠하이머 어머니가 버스 정류장에 나가는 까닭
📌 과잉 불안에 공황장애가 왔다면, 이렇게
📌 형제 중 나만 희생? 억울하지 않으려면
📌 좋은 이별을 위해 준비할 것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