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人] "한국의 빌게이츠재단은 언감생심... 기부 막는 제도부터 고쳐야"

2024-10-16

한국공익법인협회 김일석 상임이사

<편집자註> 시민사회는 '시대의 창(窓)'일뿐 아니라 가장 강력한 '여론 형성의 장(場)'입니다. 세상의 흐름을 알지 못하고,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선 미래를 꿈꿀 수 없습니다. 수많은 사람(人)과 쉴새없이 소통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각양각색 사연을 [스토리人] 코너를 통해 소개해 드립니다.

전 재산의 90%를 사회에 환원했다는 ‘19세기 기부왕’ 앤드루 카네기, 현재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민간재단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와 그의 전처가 함께 만든 빌앤드멀린다 게이츠 재단. 알려진 바에 의하면 빌 게이츠의 절친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이 재단에 지금까지 515억달러(약 67조2000억원)를 기부했다고 한다. 한국에는 이런 재단이 나올 수 있을까.

“지금 이 상태라면 세금으로 다 뜯기고 욕만 먹어 기부할 부자는 없다”라고 바로 받아칠 이가 있을 것 같다. 바로 한국공익법인협회 김일석 상임이사다. NGO저널이 만난 김 상임이사는 할 말이 많았다. 한 시간 가량의 짧은 시간동안 그가 쏟아놓은 말을 지면으로 다 옮기기에도 벅찼다. ‘웃상’의 사람 좋아 보이는 넉넉한 인상이지만 그는 공익법인들이 처한 우리나라 현실에 화가 많이 나 있었다.

- 안녕하세요, 공익법인 ‘찐’ 전문가를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우선 독자들께 협회 소개부터 해주세요.

"반갑습니다. 저희가 협회를 처음 만든 건 2016년이고 2017년에 법인화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구체적인 사업을 벌일 만큼 협회를 운영할 재원이 없었고 활동하면서 단체들에 협회 가입을 권유하니 이권단체로 오해하는 분들이 있어 강의 교육 위주로 공익법인에 대한 이해를 돕는데 주력했어요. 김덕산 이사장님과 저는 강의료를 받는 족족 다 기부금으로 협회 재원으로 넣었고요."

- 교육의 대상은 누군가요?

"모든 공익법인이 대상이죠. 공익법인 회계와 세무 관련한 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했습니다. 국세청이나 주무관청에서도 1년에 한두 번 교육을 실시하는데, 그 교육들은 형식에 그쳐서 실무에서는 별 도움이 안 되거든요. 중요한 건 법적용이나 회계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실제 사례에요.

공인회계사인 김 이사장님과 저는 실무 현장에서 굉장히 많은 사례를 경험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요. 협회를 시작하면서 그런 강점을 어필했고 그 뒤로 강의뿐 아니라 세미나를 열고 국회에서 포럼도 개최하고 책까지 낼 정도로 발전해오고 있습니다."

- 현장 실무에 도움뿐 아니라 제도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물론입니다. 사실 우리 협회의 본래 역할이자 핵심 역할이라면 제도 개선이 맞습니다만, 아직은 제도 개선에 대한 여러분의 관심이 덜해요. 다만 현재 자신들이 단체 운영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진단해주고 교육을 더 원하는 측면이 크죠. 어쨌든 그럼에도 작년부터는 관련 책도 쓰면서 한발 더 앞으로 나가면서 발전해가는 중입니다."

- 우리나라는 아직 공익법인 실무에 대한 교육 수요가 더 크군요. 다른 나라에서는 공익법인 제도 개선에 관심이 더 많은가요?

"재작년 일본 공익법인협회를 다녀온 적이 있어요. 일본은 협회가 생긴지 50년 됐는데, 일본 관계자를 만나 우리는 5년 됐다고 하니까 웃더라고요. 일본 공익법인협회도 우리와 동일하게 세무회계 교육하고 책 출간, 제도 개선을 위한 세미나나 연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일본 공익인증법과 공익신탁법 전면개정에도 참여하고 있더라고요."

- 일본은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제도 개선에 반영이 되고 있는 거군요?

"그렇죠. 아무래도 현장을 굉장히 잘 아는 분들이다 보니 제도 개선에 목소리도 잘 담기는데 우리나라는 안 그래요. 우리나라는 우리가 아무리 정부에 얘기해도 이런 저런 사람들 만나 이야기만 듣고 끝입니다. 어차피 정부안(案)대로 결정나버리니까요. 결국 돈 낭비이고 공익법인이 필요한 내용이 반영되지 않는 것이죠. 문제는 여전히 생기면서도 또 공익법인의 책임으로 귀결돼 버릴 테니 차라리 이야기를 말자 해버립니다. 그래서 저희가 국회 세미나, 포럼에도 참여해서 엉뚱한 소리하는 사람들을 혼내기도 하며 지금껏 활동해오고 있어요."

- 우리나라의 공익법인 관련 협회는 한국공익법인협회가 유일한가요?

"네. 맞아요. 우리나라도 공익법인 역사가 짧지 않지만 그동안 이런 협회가 없었던 건 개별 협회가 따로 있었기 때문이라고 봐야죠. 사회복지법인, 의료법인, 학교법인들은 별도의 협회나 협의체가 있어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외의 협회가 없는 법인들을 위해 전문가인 우리가 목소리를 내주자, 우리가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한국공익법인협회를 만든 겁니다."

- 그렇군요. 여러 공익재단을 살펴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꽤 오래전부터 공익재단을 만들어 사회공헌 활동을 해왔는데, 왜 국민들이 잘 모를까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또 일부 기업은 이미지 세탁하려 한다는 부정적인 인상도 주잖아요. 단순히 홍보 부족의 문제일까요?

"음... 그 부분에 대해선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공익사업 태생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6·25전쟁을 치른 뒤 국가를 재건할 당시 제일 목말랐던 게 교육이었죠. 그러다보니 교육재단이 굉장히 많이 생겼습니다. 1960~70년대까지 지속적으로 재단이 생겼는데 이런 일은 역사적 흐름과도 연결돼 있다고 생각해요. 박정희 정부가 들어서고 이후 유신 등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정부가 국가 재건 등을 이유로 사회공익을 위해 기업들이 좋은 일 좀 해라는 식으로 많이 독려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통계를 보면 1980년대 초까지 기업 재단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정말로 지금의 부정적인 시각처럼 편법승계를 하려고 재단을 만들었을까 싶은 거죠. 저는 기업들이 그런 공익재단을 만든 이유를 어느 정도 국가가 요구한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기 위해서라고 봅니다.

그때 기업가들은 어느 정도 민족주의적인 성향이 강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내 나라, 내 조국이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 그러기 위해선 인재를 키워야하고 교육에 힘써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그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재단을 만들었던 거죠.

편법승계를 위해서 그 당시 재단을 만들었다? 그땐 해당 법률도 없었어요. 그러니 말이 안 되는 거죠. 해방 전 우리나라 조세제도를 보면 그때도 공익을 위해 출연한 재산에 대해서는 상속세 과세가액에 불산입하는 제도가 있었어요.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하기 직전인데 그 당시 대한제국세법에 보면, 군비를 낼 경우 상속세를 면제해준다는 조항이 있었으니까요.해방 이후에도 일제 강점기 제도를 그대로 갖다 쓰다 보니 기부에 대한 제도가 있었던 거죠.

기업 편법 승계를 논할 정도로 기업이 성장한 시대는 1990년대 초반이에요. 그러니까 이전까지는 경제력이 워낙 미미해 재단을 통해 부를 승계한다는 것보다 오히려 사회적 책임 부분이 더 강했던 거죠. 그러던 인식은 1990년대 이후 법제도가 생겨나면서 퇴색하기 시작합니다. 주식 기부를 통한 편법 승계는 문제라고 보고 주식의 20%까지만 재단에 출연할 수 있게끔 했고 이후 1996년 전면 개정을 통해 5% 이하로 줄입니다.

제가 어렸던 90년대 초 그 시절을 돌이켜 보면 당시 1등 신랑감은 증권회사 증권맨이었어요. 그때는 경제가 고도성장기여서 어떻게든 부의 재분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다 보니 기존에 갖고 있던 재단들에 주식을 속칭 태우기 시작했던 것이었겠죠. 만일 90년대 초반 법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주식을 기부하지 않고 갖고 있는 곳도 꽤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제도가 만들어진다고 하니 서두르자 한 것이고, 해놓고 보니 다들 부의 승계를 위한 것 아니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거죠."

- 듣고 보니 그렇군요. 그렇다면 기업재단의 주식 보유를 너무 막연하게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걸까요?

"사실 우리나라 공익법인 관련 연구를 하려고 해도 통계치가 거의 없다는 게 문제에요. 정부에서 만든 정확한 데이터 자료도 거의 없습니다. 일본은 매년 재무부에서 보고서가 나오고 있는데 말이죠. 1990년대 이전 기부한 사람들은 편법 승계 의혹을 제기할 만한 이슈가 없었어요. 편법 승계의 눈초리로 바라보기 시작한 건 1996년 삼성의 경영권 승계 이후였죠.

삼성이 승계 작업하면서 우리나라에 증여세가 처음 도입이 됐잖아요. 특정 재단을 언급하긴 어렵지만 아무튼 여러 대기업의 공익재단은 이전에도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고, 그렇다면 그것은 편법 승계를 위한 것이었느냐에 대해 저는 아니라고 보고, 삼성 하나의 케이스로 모든 공익사업 자체를 왜곡된 시각으로 보는 것은 잘못됐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 그렇다면 공익재단을 악용한 편법 승계는 일어날 수 없다고 보시는 겁니까?

"물론 논리적으로 공익재단을 활용한 편법 승계는 일어날 수 있어요. 그러나 정말로 편법 승계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측면에서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상장 기업 같은 경우는 오너가 갖고 있는 주식 수가 적습니다. 재단에 출연하면 어느 정도 우군을 만들 수는 있죠. 하지만 비상장 회사의 경우 주식의 100%를 가족이 소유합니다.

오너가 갖고 있는 주식 일부를 재단에 출연한다 하더라도 어차피 가족이 갖고 있는 게 훨씬 커요. 재단에 출연해봐야 5%까지밖에 안 되니까요. 그러면 이것을 편법 승계로 볼 수 있느냐는 거죠. 그리고 공익재단에 재산을 기부하면 그건 더 이상 출연자 또는 그와 특수관계인의 소유가 될 수 없어요. 해산하면 모두 국가 귀속이거나 다른 공익재단에 출연해야하니까요. 공익재단에 출연하면 그걸로 내 것이 아닌 거죠.

저는 모 장학재단 사례가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은 차라리 100% 기부를 했다면 예외조항이 적용돼 아무 문제없었을 것을 90% 기부하고 재단 이사장에 취임하면서 세법에 따라 내국법인의 의결권 있는 주식 5%를 초과하는 바람에 엄청난 세금만 물게 된 케이스에요. 재단이 90% 지분을 갖고 있는데 특정인이 10%를 갖고 지배할 수는 없잖습니까. 재단에는 이사회라는 기구가 있고 당사자가 이사회에 들어간다 한들 나머지 4명이 반대하면 안 되는 거예요."

- 하지만 나머지 이사들이 실세의 꼭두각시라는 인식이 있잖습니까.

"바로 그게 문제인 거예요. 거버넌스 자체를 규제해야 하는데 특수관계인으로만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죠.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재단 이사에 대한 책임이 굉장히 약합니다. 이사회에서 불법을 저지르던 거수기노릇을 하던 별 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 거예요.

다시 말하면 제도의 문제, 이사를 그런 식으로 구성하도록 만든 제도적인 한계라는 겁니다. 저는 거버넌스가 책임 경영을 위해서는 특수관계인이나 출연자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동시에 재단을 설립한 본래 취지가 이어지려면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인 이사회를 견제할 수 있는 감사제도가 실효성 있는 제도로 정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사가 잘못을 저지르면 감사가 주무관청에 신고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감사도 같은 편, 이사도 같은 편이니 자정 작용을 안 하는 것이죠. 최소한 감사는 주무관청에서 추천한다든지, 그게 아니라면 한 명은 재단에서 임명하더라도 다른 한명은 주무관청이 지정하는 전문가가 감사가 되거나 외부에 위탁감사를 맡기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사회 자정 기능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감사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거예요. 이건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부분이지, 재단에 재산을 출연한 사람에게 재단을 지배하니 회사를 지배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따지게 되면 우리나라 기업인들 아무도 재산 출연하지 않을 겁니다."

- 그런 난맥상이 또 있군요. 그나저나 이사님은 어쩌다 이 골치 아픈(?) 공익재단의 세계로 오게 되셨는지 궁금하네요.

"하하. 이것도 팔자인지 모르겠어요. 제 전공이 세법이에요. 대학원에서 국제조세를 전공했습니다. 석사 논문을 쓰는데 처음엔 공익 관련해서 쓰다가 재미도 없고 돈도 안 되고 자료도 없고 그래서 어려운 공익 말고 파트너쉽 과세 제도를 주제로 다시 쓰려는데 한국 조세제도의 거목 최명근 교수님께서 처음 제 고민을 담은 공익법인 주제 논문 발표 자료를 딱 보시더니 ‘자네는 그냥 그 주제로 석사 논문을 하지’ 하시면서 일본 자료를 왕창 주시더라고요.

어린 마음에 기왕이면 돈 벌 수 있는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대석학이 저에게 공익법인을 주제로 졸업 논문을 쓰라고 하니 거부를 못하겠더군요. 하하. 어찌어찌 하다 최우수 논문상을 받게 되었고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 듣기로 종근당 고촌재단에서 근무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맞습니까?

"하하. 맞습니다. 직장생활을 종근당에서 했어요. 고촌재단 장학사업인 고촌학사를 제가 만들었습니다. 처음부터 학사를 만들려고 했던 건 아니었지만 선대 회장님 회고록을 정리하다 보니 그분의 뜻을 알게 되고 어떤 사명감이 생기더라고요. 제 나름대로 목표와 꿈이 있었던 차에 장학금보다 더 안정적인 기숙사를 만들자고 판단해 학사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 그런 스토리가 있었군요. 고촌재단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도 많을 것 같습니다.

"종근당에 갔을 때 제가 느낀 건 공익활동에 대한 기업인들의 마인드는 많이 열려 있는데 제도는 갇혀 있다는 겁니다. 당시에는 사업목적을 하나 추가하는 것도 어려웠으니까요.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담당 공무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어요. 정관변경 허가 하나 받자고 다양한 방법으로 담당 공무원에게 잘 보여야 했으니까요."

- 정관 변경을 위해 접대라도 했어야 했다는 뜻인가요? 충격적인데요.

"그 당시를 생각하면 지금도 어질어질 합니다. 주무관청 담당자 설득하려고 정말 노력을 많이 하고 영업 아닌 영업을 해야만 했던 경우였어요. 글쎄, 기숙사 사업을 하고 싶으면 재원을 내놓으라는 거 아닙니까. 기존 사업 예산 15억 중 1~2억 정도는 충분히 다른 사업에 쓸 수 있는데도, 기존 예산을 줄여선 안 되고 새 사업을 하려면 돈을 더 내놓으라는 겁니다.

580억짜리 재단에서 그 사업 하나 못한다는 게 저로선 정말 이해할 수 없었죠. 좋은 일 하겠다는데 왜 막는지, 주무관청 허가권이 너무 강하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공익사업도 시대에 맞게끔 변화해야 하고 주무관청도 정관 승인 등 업무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면 얼마든지 좋은 사업을 할 수 있는데 시대에 너무 뒤쳐져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관(官)의 갑질이 너무 심했군요.

"그 당시에는 자괴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주무관청이라면 공익사업을 더 잘할 수 있게끔 지원해주고 재원을 허투루 쓰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돈 더 가져오라는 식이니 공익법인 허가주의에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여러 제약이 따르고 공익사업의 다양성이 확보되지 못한다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경제성장 규모를 감안해서 외국의 경우처럼 공익사업도 세계화가 돼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제도적 한계가 많아요. 옛날에는 공익재단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 낙수효과로 공익사업을 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기업 이미지 개선뿐 아니라 기업의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 단계에 와 있다고 보거든요. 이제는 관(官)도 글로벌 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 말씀하신대로 제도적 개선이 급하겠네요.

"우리나라 공익위원회가 빨리 생겨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거에요.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공익법인을 컨트롤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를 일원화해줘야 합니다. 공익위원회를 만들어 하나로 통합해야 경계를 넘어가는 애매한 문제들이 생길 때 바로 정리가 가능하거든요.

공익사업을 하더라도 본사가 어디 있느냐에 따라 오락가락이에요. 가령 서울에 있으면 서울시 안에서 사업비를 쓰길 원하는 거죠. 본사는 서울에 있지만 낙후된 지방 어느 도시를 지원해주겠다고 했더니 다른 지역에 쓸 거면 그 지역으로 가지 왜 서울에 있느냐는 식이에요.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을 해요.

하루에 전국을 커버할 정도로 땅덩어리가 좁은 나라에 살고 있는데 사무소가 지역마다 있어야 한다는 발상을 하니 웃긴 거죠. 공익법인 전면 개정안을 만들 때 공청회에 참석했었는데 그때 법 제정에 참여했던 교수님들로부터 담당 공무원들이 자기 재량권을 내려놓는 것에 대해 굉장히 싫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러니까 허가권 자체가 권력이 돼 있는 이 구조를 바꿔야 하는 거예요. 공익사업은 뜻 있는 개인이나 기업이나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자신이 만든 재단이든 타 재단이든 재산을 출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더 나은 곳에 재원이 잘 사용되어야 하니까요.

또 하나, 재단 사업이 현재 트렌드에 맞지 않다면 복지 사업이든 문화 사업이든 유연하고 다양하게 할 수 있어야 해요. 설립 목적은 동일하게 가져가돼 목적 내에서 사업의 다양성을 보장하라는 거죠. 가령 청소년을 위한 사업을 하겠다고 해놓고 노인 사업을 하면 설립 취지를 벗어나니 안 되지만 청소년을 위한 사업은 문화든 장학이든 무엇이든 상관없이 하게 해달라는 겁니다.

지금은 문화 사업이면 문화부, 장학 사업이면 교육부 등으로 쪼개놔서 조금만 벗어나면 허가 취소할 수 있도록 권력을 담당 주무부처에 주어버리니 유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공익법인의 책임성이나 투명성만 강요할 게 아니라 공익성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에요. 그래도 서울시교육청처럼 공익법인팀이 있는 곳은 주무관청 담당 공무원들이 제도 개선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 하고 있으니 앞으로 더 나아지길 기대하고 있어요."

- 현장에서 부딪히면서 그동안 속에 쌓인 게 많으셨나 봅니다. 그만큼 앞으로 할 일이 많다는 의미도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공익재단을 바라보는 시민과 또 정부에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해주시죠.

"많은 국민이 사회 곳곳의 공익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다못해 장학금만 해도 학생들이 조금만 찾아보면 받을 수 있는 장학금들이 꽤 있거든요. 그런데 정보가 차단돼 있어요. 공익재단들이 오픈하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오픈돼 있어도 금액이 적으면 관심도가 떨어지고 홍보도 잘 안되니까요.

재단들도 사회적 니즈에 맞게끔 사업 모델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고 국민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런 정보들을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NGO저널이 그런 역할을 해주시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또 하나는 우리나라 기부 플랫폼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해피빈과 같은 플랫폼이 좋은 예가 된다고 봐요. 많은 기부 소스가 올라오고 기부자들이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죠. 작은 재단들은 운영력이 떨어지니 해피빈과 같은 플랫폼에 위탁하면 돼요. 쉽게 기부할 수 있는 이런 플랫폼들로 인해 관심도는 높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정부가 해줘야 될 역할은 제도 개선이에요. 우리나라는 1975년도에 공익법인법이 만들어진 후 전면 개정한 적이 없습니다. 시대에 많이 뒤처진, 현재로서는 사실상 사문화된 법입니다. 세금도 너무 규제 위주로 가면 안 돼요. 공익법인 설립, 즉 들어오는 창구는 좀 열어주고 대신 나가는 창구 관리감독을 잘하면 됩니다.

거버넌스에 대한 제도 개선이 이뤄지면, 그걸 통해 자동 조정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공익법인을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달라질 거라고 봅니다. 국회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장학재단 갖고 계신분도 많이 있잖습니까. 그런 분들조차 지금은 별 관심이 없어요. 입법부에서 관심이 없으니 행정부에서 관심 없고 자연히 사법부가 관심 가질 일이 없는 것 아닙니까."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NGO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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