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개조 시장, 새로운 친환경 돌파구로 급부상
정책 패러다임 전환, 기술 현실성 반영 필요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휘발유 차량을 전기차로 교체할 경우에도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산업계의 관심이 ‘차량 개조’로 집중되고 있다. 기존의 폐차 후 신차 구매를 유도하는 정책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현재 사용 중인 차량을 살려 친환경차로 전환하는 방식이 제도적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지난 8일과 9일 김 후보자는 “내연차 인센티브는 줄이고, 전기차 혜택은 확대할 것”이라며, 단순히 수요를 창출하는 것을 넘어 친환경차 시대 전환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는 그동안 신차 중심으로 진행된 친환경차 정책이 가진 한계를 인정하고, 실질적인 탄소 감축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가 추진해온 전기차 구매 보조금 사업은 매년 큰 예산이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2024년 기준 집행률이 67.8%로 수요 대비 저조한 상황이다. 반면, 기존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개조하는 방식은 초기 단계의 제도화로 인해 신규 수요를 창출할 여지가 크고, 빠른 예산 집행이 가능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더욱이 차량 폐기 없이 파워트레인만 교체하는 개조 방식은 자원과 에너지 절약 효과가 크고, 같은 예산으로 더 많은 차량의 친환경 전환을 지원할 수 있어 정책 효율성도 높다.
전기차 개조 시장은 이미 글로벌 수준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레트로핏 전기차 산업이 빠르게 확산 중이며, 특히 전기 상용차 개조 부문은 2030년까지 약 635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전략적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제이엠웨이브(JMWAVE)가 전기차 개조 부문에서 국토부의 성능시험 안정성 테스트를 유일하게 통과해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기업은 1톤 내연기관 트럭을 전기차로 개조해 물류 및 택배 차량으로 개발 완료하여, 노후 차량의 배출가스를 크게 줄일 수 있는 효과를 입증했다. 산업부 및 국토부의 규제 샌드박스 선정을 통해 기술력과 실증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해외 시장에서도 제이엠웨이브는 지난 6월 캄보디아에서 AZ Group 및 캄보디아 국립폴리텍대학(NPIC)과 협력해 현지 1톤 트럭 전기차 개조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 파일럿 프로젝트는 현지 도로 환경과 에너지 인프라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진행되어, 성능 안정성과 상용 운행 가능성을 입증했다. 현재 AZ Group과 합작법인(JV) 설립 절차를 진행하며, 동남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제이엠웨이브는 국내외 시장을 구분하지 않고, 도심형 물류 차량(1톤~2.5톤 이하), 9인승 이하 승합차, 픽업트럭, 3륜 차량, 공공부문 차량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맞춤형 개조 모델을 개발 중이다.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를 갖추고 탄소 감축 효과까지 제공하는 기업으로,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소비자 트렌드 역시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한다. 단순히 친환경이라는 개념을 넘어, 개개인의 운행 습관과 작업 환경에 최적화된 차량을 원하는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업계는 넷플릭스가 이용자 성향을 세분화해 매출을 끌어올렸던 사례를 들며, 전기차 시장도 사용자 유형별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해야 시장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정민 제이엠웨이브 대표는 “개조형 전기차는 동일한 예산으로 더 많은 차량을 전환할 수 있으며, 탄소 감축과 순환 경제 측면에서도 우수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제도를 정비하면 시장은 빠르게 활성화될 준비가 되어 있다”며, “기술의 현실성과 경제성을 인정하고 이를 선도적으로 포용하는 제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정부의 정책 방향은 단순히 전기차 보급을 촉진하는 것을 넘어, 보다 손쉽고 효율적으로 전환이 가능한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