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 〈229〉난립 클러스터, '지속가능 혁신' 옷 입고 환골탈태할까?

2025-07-09

최근 글로벌 사회경제 전 분야에 불어닥치고 있는 '지속가능 혁신'은 미래 생존의 필수 요건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미래 국가 경쟁력 향상 및 기술혁신 핵심인 클러스터 정책에도 대전환을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산업 성장에만 매몰되어 파편적으로 운영되던 클러스터들이 이제는 '삶의 질'까지 아우르는 지속가능한 생태계로 변모하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실상 무려 9개 부처 2개 청이 2437개에 달하는 클러스터를 우후죽순 지정해왔다. 수도권에만 427개, 비수도권에는 2010개가 지정돼 있다. 이 중 과반수 이상(54개)이 2010년 이후 신설되었다니, 가히 현재 대한민국을 클러스터 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이 난립의 최전선에는 국토교통부의 일반산단(783개)과 농공단지(482개)가 있고,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역특화발전특구(175개)도 한몫 거들고 있다. 시도별로는 경기가 316개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며, 경남(285개), 경북(263개), 충남(262개)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것을 '선택과 집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렇게 클러스터가 난립하다 보니, 특구 지정의 본래 목적인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적 지원은 어렵다. 유사·중복 특구가 넘쳐나 예산 지원 인센티브 효과는 반감되고, 운영 실적이 미흡한 비활성화 특구가 부지기수다.

왜 이런 상황이 초래되었을까? 우선 클러스터 조성이 특정 산업 및 목적에 국한돼 다양한 산업 간 융합이 미흡했고, 지역사회와의 통합이 부족했다. 여전히 '생산 및 산업집적 수준' 중심으로 클러스터를 진단하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액, 매출액, 고용인원 등 경제적 성과나 특허 출원 수 같은 정량 지표만으로는 급변하는 산업 환경을 제대로 진단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지속가능 혁신클러스터'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다. 산업, 학계, 연구기관, 지역사회, 정부가 협력해 경제적 성장뿐 아니라 환경적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포용성을 함께 추구하는 지역 기반 복합 생태계가 그것이다. 기존 산업클러스터가 생산 효율성과 입지 경쟁에만 집중하고 정부와 대기업 중심, 단일 제조업 중심의 수직적 가치사슬을 가졌던 것과 대조적이다.

새로운 클러스터는 민·산·학·연·관의 공동 주도로 지속가능성, 혁신 역량, 삶의 질을 중점 방향으로 삼고, 제조업에 융합산업·서비스를 포함하며, 지역사회와 적극적으로 연계하는 개방형 혁신을 추구한다. 진단 방식 또한 기존의 정량 지표를 넘어 정부 정책 효과, 지속가능성, 클러스터 혁신 문화 등 정량·정성 지표를 추가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및 포용성을 고려해야 한다.

지속가능 혁신클러스터의 성공을 위해서는 파편화된 거버넌스의 효율화가 필수적이다. 산업부가 혁신클러스터 지원사업 전반의 정책 수립과 예산 배정 관리 권한을 가지며, 진단 결과를 통해 자원 배분 조정을 해야 한다. 산업부가 평가 지침을 마련하고, 정책 진단 및 개선 방안을 제시하며, 지자체와 산단공은 자체 진단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통합적인 거버넌스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 혁신클러스터'로의 전환은 분명 바람직한 방향이다. 산업 성장과 함께 환경,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고, 모든 세대가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으로 클러스터를 재창조하겠다는 비전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새정부의 추진방향은 박수받을 만하다.

그러나 수십 년간 켜켜이 쌓인 클러스터 난립의 폐해를 과연 새로운 거버넌스와 진단 모델만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통합 진단 모델을 얼마나 객관적이고 실효성 있게 구축할지, 파편화된 이해관계자들의 저항을 뚫고 예산 배분 조정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지, 그리고 무엇보다 중앙과 지방의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질지가 관건이다. 난립 클러스터의 '오와 열'을 맞추고, 진정한 '지속가능성'을 담아낼 수 있을지, 우리도 지켜봐야 하겠다.

김현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수석연구원 hckim@kia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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