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VC도 脫 델라웨어… 머스크 스톡옵션 판결 '일파만파' [윤민혁의 실리콘밸리View]

2025-07-11

세계 최고 벤처캐피탈(VC) 중 하나로 꼽히는 앤드리슨호로위츠(a16z)가 델라웨어에서 네바다로 법인 등기지를 옮겼다. 친 기업적 법률과 세제로 ‘미국 기업 수도’로 불렸던 델라웨어에서 최근 기업에 불리한 판결이 이어지는 탓이다. 테슬라·스페이스X·트럼프 미디어·드롭박스 등 기업에 이어 글로벌 대표 VC까지 델라웨어에 등을 돌리며 덱시트(Dexit, 델라웨어+엑시트)가 스타트업 생태계로까지 번질 전망이다.

10일(현지 시간) a16z는 설립자 앤드리슨 호로위츠 명의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법인 설립지를 델라웨어에서 공정하고 균형 잡힌 규제 정책을 갖춘 기업친화 주 네다바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a16z는 2009년 설립 당시부터 델라웨어에 법인을 두고 있었다.

a16z는 나아가 타 기업과 스타트업·VC에 델라웨어를 떠나라고 독려하고 나섰다. a16z는 “조용히 이전할 수 있었지만 기술 및 VC 업계 전체가 이전의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며 “창업자들이 투자자 반응에 대한 우려 때문에 델라웨어를 떠나기를 꺼리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 최대 규모 VC로서 이러한 우려가 과장됐을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자 한다”고 썼다.

a16z는 “예전에는 델라웨어에서 회사를 설립하고 법인을 설립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으나 최근 형평법원 조치로 인해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게 됐다”며 “형평법원은 사법 판결에 전례 없는 수준의 주관성을 부여해 공정한 전문성을 갖춘 법원의 명성을 훼손했고 미국 기업법의 황금 표준으로 여겨졌던 법률에 불확실성이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델라웨어주는 경영진의 권한을 폭넓게 인정하고 타 주에서 벌어들인 수익에 법인세를 면제한다. 배심원 없이 기업법 전문 판사들이 판결을 내리는 형평 법원의 전문성도 높이 인정 받아왔다. a16z가 불만을 나타낸 ‘주관적’ 형평 법원 판결은 일론 머스크와 소액주주간 테슬라 스톡옵션 관련 소송이다. 머스크는 지난해 이 소송 1심에서 패소한 후 “델라웨어에 회사를 설립하지 말라”며 테슬라와 스페이스X 법인을 텍사스로 옮겼다.

a16z는 “이사회가 뛰어난 창업자(머스크)에게 ‘문샷’ 보조금을 지급한 사건에서 이사의 독립성에 의문이 제기됐다”며 “이로 인해 기술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델라웨어의 우선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네바다는 사업 판단 규칙을 법률로 명문화해 판사가 규칙을 수정하거나 변경할 수 없도록 했고 최근 기존 사업 법원을 상업 분쟁 전문 기관으로 격상하는 데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했다.

테슬라 스톡옵션 판결 이후 기업 이탈에 시달리는 중인 델라웨어는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소유한 트럼프미디어도 “소송 환경이 심각해져 예측 불가능성이 커졌다”며 플로리다로 떠났다. 드롭박스, 트립어드바이저, 트레이드 데스크, 캐니 홀딩스 등도 1년 새 델라웨어를 떠난 주요 기업이다. 테크계 한 관계자는 “a16z는 단순한 투자사가 아닌 스타트업 생태계를 주도하는 VC”라며 “a16z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공개적으로 ‘떠나라’고 권한 만큼 향후 스타트업 등기지에서 델라웨어는 후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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