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행정부가 500만달러(약 70억원)에 미국 영주권을 판매하는 '골드카드'를 내놓은 가운데 중국 부호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골드카드의 최대 타깃으로 꼽힌 중국인 부자들이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도 세금 문제나 범죄 피해 등의 우려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부호들의 이 같은 반응은 올해 들어 미중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 이민자에 대한 적대감이 커진 영향이 크다.
중국 남부 광저우에서 부동산개발업을 하는 캔디스 멍은 “싱가포르(약 191억원)나 뉴질랜드(약 115억원)와 비교하면 골드카드의 비용은 언뜻 혹할 만하다”면서도 “미중 무역전쟁 상황과 미국 도시의 범죄율을 고려할 때 미국이 살기 좋은 곳처럼 느껴지지 않아 신청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세금 등을 포함한 여타 불확실성 문제 또한 골드카드에 대한 관심을 떨어트리는 요소가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외 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 달라질 수도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가 언제라도 이들에 대해 미국 외 소득에 대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에 중국 부호들은 해외 이주를 고려할 때 캐나다, 싱가포르, 일본 등을 선호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이민 상담 업체인 웰트렌드의 잭 징 총괄매니저는 “골드 카드에 대한 문의가 있지만 고객들은 신중하다”며 “다만 아이비리그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자녀를 둔 경우에는 확실한 수요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SCMP에 따르면 미국 의대 대부분은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만 지원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투자 이민인 EB-5 비자 프로그램을 개편해 부유한 외국인에게 영주권 특혜를 제공하는 골드 카드 판매 계획을 발표했다.
다만 골드카드 구매 절차나 시스템 등 세부 사항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