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이해충돌 해소 위해 분할
반도체는 여전히 설계·생산 한몸 구조
분사론은 반복되지만 실현은 불투명
[서울=뉴스핌] 김정인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떼어내기로 하면서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구조 개편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객사와의 이해충돌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분할이라는 점에서 위탁생산과 설계를 모두 보유한 DS의 구조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 삼성바이오, CDMO-바이오시밀러 분할..."이해충돌, 중요한 의제로 부각"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날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인적분할 방식으로 완전히 분리했다.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신설법인 '삼성에피스홀딩스' 아래 두고, 기존 법인은 순수 CDMO 전문회사로 재편된다.
유승호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CFO)은 전날 온라인 설명회에서 "고객·투자자의 이해 충돌이 중요한 의제로 부각됐다"며 "사업 운영 전반 리스크가 지속돼 이해 상충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인적분할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DB하이텍 역시 2023년 5월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설계 부문을 물적분할해 'DB글로벌칩스'를 신설한 바 있다. 생산과 설계를 분리해 고객 신뢰를 높이고 각 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목적이었다. 이처럼 고객과의 이해 상충을 최소화하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사업 구조 재편은 업계 전반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 삼성 반도체도 구조 유사…"대형 고객 확보에 걸림돌"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메모리, 시스템LSI(설계), 파운드리(생산)를 모두 보유한 종합반도체기업(IDM)이다. 2017년에는 파운드리 조직을 별도 부서로 분리해 정보 유출 방지에 나섰지만, 여전히 같은 법인 내에 있어 고객사의 신뢰를 얻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파운드리 사업부는 삼성의 자체 설계 반도체인 '엑시노스'를 직접 생산하고 있어 외부 고객사인 애플·퀄컴 등과 잠재적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 업계는 애플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생산을 삼성에서 TSMC로 완전히 전환한 배경에도, 이 같은 구조적 우려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대만 TSMC는 반도체 설계 없이 위탁생산에만 집중하는 '순수 파운드리' 구조를 고수하고 있다.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애플, 엔비디아, AMD 등 글로벌 빅테크의 신뢰를 바탕으로 지난해 4분기 기준 시장 점유율 약 67%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삼성 파운드리는 점유율 약 8%로 격차가 크다.
이에 일각에서는 장기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결국 파운드리 분사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설계와 생산이 분리되지 않은 구조가 대형 고객 확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파운드리 사업이 아직 적자인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시스템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메모리 사업 수익에 파운드리 투자를 의존하고 있다. AI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음에도 파운드리 사업은 아직 자체 수익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역시 지난해 10월 "파운드리 분사에 관심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kji0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