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조 M&A 이어 '삼바' 분할…중대결단 속도내는 삼성 이재용

2025-05-22

미국 마시모 오디오사업부 5000억원에 인수(8일),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 플랙트 2조4000억원에 인수(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22일)….

5월 한 달간 일주일 안팎 간격을 두고 이뤄진 삼성의 행보다. 이재용 호(號) 삼성의 의사결정 시계가 빨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그룹의 바이오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2일 이사회를 열어 사업 영역을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복제약)·신약 개발 사업으로 인적분할한다고 밝혔다. 10월 신설하는 삼성에피스홀딩스(가칭)가 바이오에피스(복제약·신약 개발)를 관할하는 식으로 ‘교통정리’하는 취지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급격한 글로벌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민첩하게 대응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양사가 각 사업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이번 분할을 결정했다”며 “양사 모두가 성장을 가속해 글로벌 톱티어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적분할로 바이오 사업부의 이해충돌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화이자·MSD·로슈·아스트라제네카·노바티스·GSK·일라이릴리같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의약품 생산을 맡기는 글로벌 제약사는 복제약을 만드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경계해왔다. 신약개발 노하우와 제조 기술이 유출될 우려 때문이다.

이해충돌 우려에도 불구하고 삼성바이오가 CDMO와 신약 개발 두 바퀴를 굴려온 건 삼성바이오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을 수 있는 데다 일괄 생산의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고객사 우려에도 불구하고 파운드리 부문을 떼어내지 않고 설계·제조를 함께하는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남는 선택을 고수하는 것과 비슷한 이유에서다.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할 수 있는 사업부 분할이 말처럼 간단한 결정이 아니란 의미다.

삼성그룹 사정에 정통한 삼성전자 사장급 출신 인사는 “‘톱다운’식 의사결정 체계가 명확한 삼성그룹 특성상 (바이오사업부 차원이 아니라) JY(이재용)의 결단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삼성 웨이』의 저자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지난 2월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 회장이 바이오 사업에서 또 하나의 승부수를 던졌다”고 평가했다.

삼성은 이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이 회장이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지분율 19.76%)다.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지분율 43.06%)이기도 하다. 향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상장할 경우 삼성물산이 대규모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무엇보다 삼성바이오직스가 최근 그룹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난 21일 기준 시가총액은 78조2914억원이다. 모회사인 삼성물산(23조6267억원)의 3.3배에 달한다. 경영권 측면에서 이 회장의 최대 과제는 삼성전자 지분 확대다. 최근 반도체 부문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삼성바이오가 이 회장의 자금줄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상헌iM증권 연구원은 “인적분할로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가 일부 줄어들더라도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가 독립적으로 부각돼 삼성물산 자회사 가치 평가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삼성전자 측은 인적분할 건에 대해 직접 언급을 삼갔다. 특히 지배구조와 관련한 의사결정이란 해석에 대해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인적분할은) 순수하게 삼성의 바이오 사업을 키우기 위한 사업구조 재편”이라며 “삼성물산의 지배력 확대나 이 회장의 승계 구도와는 관련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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