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보란듯 미사일 쏜 北…‘핵보유국’ 야욕 봉쇄해야

2025-10-22

북한이 22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여러 발 쏘며 무력시위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첫 탄도미사일 도발이다. 이달 말 전 세계 유력 정치인과 경제인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방해하려는 술책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의를 끌어보려는 포석일 수도 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미사일 위협으로 미국을 겁박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으로 지칭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광적인 도발 본능을 다시금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제 규범을 무시한 무력 도발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북한의 허황된 야욕을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핵무력과 상용무력(재래식무기)의 병진 노선’ 방침을 밝혔다. 이달 10일에는 북한이 개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20형이 평양 열병식에서 공개됐다. 김정은 정권이 핵보유국 지위 인정에 매달리는 것은 미국과의 핵군축 협상에 목적이 있다. 북한은 만들어진 핵무기를 상당수 유지한 채 일부 핵시설 및 핵물질만 동결하거나 핵전력을 약간 줄이는 대가로 대북 제재 완화·해제, 주한미군 감축·철수 등을 요구하려 할 것이다.

북한은 현재 미국과는 협상의 여지를 열어놓으면서도 남북 대화 가능성은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북미 회담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했다가는 북측의 통미봉남 전술에 말려들 수 있다. 더구나 이재명 정부는 아직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한 정교한 액션플랜조차 내놓지 않았다. 앞서 이 대통령이 모호한 개념의 ‘핵 중단·감축·비핵화’ 3단계 로드맵을 제시한 게 전부다. 설상가상으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주장하는 ‘두 국가론’을 감싸는 듯한 발언으로 정부의 협상력을 반감시켰다. 이 대통령은 외교·안보 당국자들이 무책임한 언행을 하지 않도록 엄중히 경고해야 한다. APEC 정상회의에서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국제 공조 의지를 재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 협력을 넓히고 우리 군의 대비 태세를 굳건히 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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