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발자국 역대 최대… FIFA, 2026 월드컵 환경 공약 ‘또 도마 위’

2025-06-18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릴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국제축구연맹(FIFA)의 환경 지속가능성 계획이 다시금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가디언은 18일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국 16개 도시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은 참가국이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되면서 경기 수는 80경기로 늘어나고, 참가국과 팬들의 이동 거리도 역대급으로 길어질 예정”이라며 “이에 따라 탄소 배출량 증가와 관련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FIFA는 2021년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발표한 ‘기후전략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50% 감축하고, 2040년까지 ‘탄소 순배출 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바 있다. 보고서에는 친환경 인프라 구축, 에너지 효율 개선, 재생 에너지 사용 장려 등의 조치와 함께 탄소 상쇄를 위한 크레딧 구매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의 탄소 영향과 관련해 FIFA의 대처가 실효성과 투명성 모두에서 의문을 사고 있다. FIFA가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했다고 주장한 내용은 스위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입증 불가” 및 “구체적인 상쇄 계획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허위 홍보 판단을 받았다.

2026년 월드컵 탄소 배출량은 FIFA 추산에 따르면 약 370만 t에 이르리라 예상된다. 이는 월드컵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85%는 이동에 의한 배출로, 51%는 국제 항공편, 34%는 개최국 내 도시 간 이동으로 분석됐다. 이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 360만 t 추정치보다 많다. 카타르월드컵 때에는 극심한 더위로 인한 냉방 시스템 가동과 신축 경기장 건설 등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반면 2026년 대회는 기존 경기장을 주로 사용하면서 건설 부담은 줄었지만, 3개국의 광범위한 지역을 오가야 한다는 점에서 항공 이동 의존도가 급증했다.

유럽축구연맹(UEFA)이 올해 독일에서 개최한 유로 2024는 이와 대조적인 접근 방식을 택했다. 기존 경기장을 활용하고, 에너지 효율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팬과 선수들의 대중교통 이용을 적극 유도해 초기 예측 대비 탄소 배출량을 21%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UEFA는 또 700만 유로 규모의 ‘기후 펀드’를 마련해 지속가능한 인프라 사업에 투자하는 등 실질적인 환경 유산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FIFA는 이번 대회를 통해 대중교통 이용 확대, 도시 간 항공 이동 최소화 등의 방안을 내세우고 있지만, 미국 내 교통망의 지역 간 격차는 여전한 장애물이다. 가디언은 “뉴욕은 대중교통이 비교적 원활하지만, 캔자스시티나 알링턴 등 일부 도시는 사실상 대중교통이 부재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또한 FIFA의 스폰서 구성도 환경 의식과 상충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대회 주요 후원사 중에는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Aramco)와 카타르항공(Qatar Airways) 등 화석연료 관련 기업이 포함돼 있어 FIFA의 친환경 메시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영국의 기후변화 NGO인 플레지볼(Pledgeball)과 UEFA 챔피언스리그 공식 스폰서 마스터카드가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81%가 기후위기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82%는 자신이 응원하는 클럽이 더 많은 환경 노력을 기울이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가디언은 “2026년 월드컵은 전례 없는 규모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록하리라 전망된다”며 “FIFA가 내세운 ‘녹색 계획’의 진정성과 실효성은 전 세계의 날카로운 검증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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