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정규직 근로자들 사이에서 이직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원인은 임금 상승과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이다. 임금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특히 젊은 근로자들 사이에서 더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새 직장으로 떠나는 흐름이 자리 잡았다. 이직에 대처하려고 기업들은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임금을 책정하는 기존 관행을 포기했다.
높아진 이직률은 일본 고용 시스템을 변화시키면서 현재 진행 중인 임금 주도 인플레이션 현상을 더욱 촉진하고 있다. 임금 주도 인플레이션은, 임금 상승에 따른 생산 비용 증가와 가격 상승으로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는 현상이다. 과거의 일본 고용 시스템은 장기 고용 안정성과 경직된 연공서열을 기반으로 하는 임금 체계의 조합이 특징이었다.
노동 이직률의 급격한 상승은 고용이 생산성이 더 높은 부문으로 이동할 경우 생산성 향상이라는 긍정적인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업종 간 이직을 통한 재배치의 진전은 제한적이었다. 변화는 앞으로도 점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고용은 주로 같은 산업 내에서 소규모 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이동했다. 노동력 부족과 금리 상승의 조합으로 인해 소규모 ‘좀비 기업’의 도산이 가속화될 것이므로, 이러한 이동은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은 이동으로 각 산업 부문에서 생산성 상승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경제 전체의 전반적인 생산성을 높이려면 산업 간 보다 역동적인 고용 재배치가 필요하다.
산업 간 낮은 노동 이동성은 구조적인 문제다. 장기 고용 관행이 아직도 지배적이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자신이 속한 산업과 회사에 특화된 기술과 지식을 집중적으로 습득하게 된다.
기업들 스스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대기업을 포함한 기업들이 지난 20년 동안 직원들의 훈련과 교육에 필요한 예산을 삭감해 왔다. 결과적으로 시장 가치가 있는 기술과 노하우의 개발이 미흡해졌다.
기술 불일치 문제는 향후 몇 년간 점진적으로 해결될 것이나, 그 속도는 느릴 것으로 전망된다. 예전부터 일본 정부가 정책적으로 노동력 재교육을 장려해왔지만, 특히 장기간 같은 회사와 산업에 근무한 고령 근로자들에게는 재교육이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근로자들의 느린 재배치로 인해 경제 전문가들은 일본의 장기 생산성 성장에 대해 신중한 전망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생성형 인공지능(GAI)의 잠재적 촉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기업들 사이에서 정보통신기술(ICT)과 AI 기술 구현에 필요한 인적 자원의 심각한 부족으로 인해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
나가이 시게토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일본 대표·전 일본은행 국제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