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과 첨단산업을 불문하고 세계 경제를 주도했던 대한민국이 정체 구간에 들어섰습니다. 현장의 활기가 떨어지고, 저성장과 경제적 불확실성만 깊어집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강대국의 자국우선주의는 지정학적 위기를 고조시킵니다. 우리 기업들은 앞으로 치고 나가기 보다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새로운 돌발변수에 대비 중입니다.
하지만 위기가 가중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번 창간기획 '한국경제의 미래, 누가 가로막는가'는 그 중에서도 규제개혁을 조명합니다. 우리 사회가 왜 낡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놓치고 있는 기회들을 탐구했습니다. 뉴스웨이는 20~40대 205명에게 물었습니다. 기업과 정부, 그리고 시민사회가 함께 규제의 본질을 재평가하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탈피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변을 구했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 경제가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되찾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그 과정을 전문가들과 함께 냉철히 분석했습니다.
한국경제를 이끌어 갈 젊은 직장인들은 우리나라의 기업 규제 수준이 주요 선진국보다 높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들 중 셋에 하나는 이대로라면 앞으로 20년 후 제2의 삼성이나 SK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진단, 점차 세계 속에서 도태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기업 규제, 선진국보다 높아!
뉴스웨이가 창간 12주년을 맞아 미래 세대 205명에게 물은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은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선진국이나 싱가포르 같은 경쟁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기업 규제 수준이 높다(37.1%)고 인식했다. 보통(26.8%)이라는 답이 그 뒤를 이었고, 낮은 편(24.9%)이라는 답변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국내 기업 규제에 대한 미래 세대 인식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정도진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 경영진이 아닌 앞으로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갈 미래 세대가 기업에 대한 규제가 높다고 바라본다는 사실은 의미가 크다"면서 "우리나라의 기업 규제 문화가 사실관계를 떠나 '한국은 기업 규제가 높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고착화 된 게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특히 설문조사에 응한 이들 중 절반에 가까운 45.4%는 '업무를 수행하는 데 규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무엇보다도 규제를 이해하고 준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규제 완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본 분야는 '진입 규제'(등록·인허가 업종 제한 등)다. 이는 젊은 세대들이 창업을 망설이는 이유와도 연관된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 중 28.3%는 창업을 생각했지만, 실행하기가 어렵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야로는 '안전 규제'(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등)가 꼽혔다.
그렇다면 실제 산업 현장은 어떨까.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의 창업한 지 7년 미만인 스타트업 300곳을 대상으로 벌인 '스타트업 규제 및 경영 환경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 64%는 국내 기업 규제로 인해 사업 활동 제약이나 경영상 어려움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규제로 시장 진입조차 어려워 해외로 넘어가는 스타트업들 사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대기업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복귀 기업 선정 및 지원 현황'을 보면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로 돌아온 유턴기업은 108곳이었다. 이 가운데 대기업은 4곳(3.7%), 중견기업은 33곳(30.6%)에 불과했다. 기업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나 혜택도 별반 없을뿐더러 각종 규제로 인해 한국은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판단이 서지 않은 셈이다.
3명 중 1명, 향후 기업 성장 제한 우려
미래 세대가 내다본 국내 기업들의 미래 성장 가능성은 비교적 긍정적인 편이었다. 이번 설문 가운데 '20년 후 우리 기업들이 훨씬 더 성장해 있을 것이라고 믿느냐'는 질문에 67.8%는 '그렇다'고 답변했다.
다만 나머지 32.2%의 '아니요'라는 답변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매년 성장을 거듭하던 우리 경제의 상황을 고려하면, 미래 세대 세 명 중 한 명의 부정적인 답변이 갖는 의미가 크다는 얘기다.
우리 기업 성장에 '적색등'이 들어올 수 있다고 답한 배경은 명확했다. 인구 감소에 따른 내수 시장 축소가 첫손에 꼽혔다. 과도한 규제와 높은 세금이 기업 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컸다. 일부는 대기업 중심 경제 구조와 규제에 따른 혁신 부재로 '새로운 기술'에 대한 경쟁력을 잃어가는 현실을 우려했다.
이는 뉴스웨이가 10주년을 맞아 2022년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와도 이어진다. '전폭적인 규제 완화 정책에 따라 가장 기대되는 점'을 묻는 말에 당시 응답자의 세 명 중 한 명은 '기업의 전반적인 생산성 증대로 인한 경제 성장 효과'라고 답했다. 즉 젊은 세대는 규제가 완화될 경우 기업 및 경제 전반적인 성장 효과를 가져오지만,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기업들의 성장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정 교수는 "경제 환경이나 기업들의 경쟁력도 많이 바뀌었기에, 정부에서도 규제 비용과 이에 따른 이익을 제로베이스에서 살펴보고 현 상황에 맞게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 "젊은 세대들이 갖고 있는 기업 규제에 대한 인식을 먼저 진단하고 '어차피 한국은 뭘 하더라도 규제 때문에 안될 거야'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