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적극 찬성" vs 고용부 "일자리 상황 종합적 고려"
고용부 내부서 서울시 외국인 근로자 도입 비판의 목소리
"서울시가 독단적 정책 추진…정치적 이슈로만 몰아가"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외국인 근로자 도입을 놓고 잇따른 '엇박자'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저출산고령화 등에 따른 인력 부족이 심화되면서 외국인 근로자 도입에 적극 찬성하는 반면, 고용부는 국내 일자리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신중한 모습이다.
앞서 양 기관은 서울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서비스 시행 과정에서도 한 차례 마찰음을 빚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도입을 위해 유치 및 정주 여건 개선 등 전반을 책임져 온 고용부는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는 취약계층 이용 활성화 등을 이유로 별도의 임금 체계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 외국인 마을버스 운전기사 도입 놓고 양 기관 신경전
20일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양 기관은 외국인 마을버스 기사 도입을 놓고 또다시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달 28일 서울시가 비전문취업(E-9) 비자 발급 대상에 '운수업'을 포함해달라고 국무조정실에 공식 건의한 것이 화근이 됐다. 서울시가 제출한 건의안은 E-9 비자 발급 대상에 운수업을 포함하고 취업 활동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시는 하루 전 공식 브리핑을 갖고 "마을버스 기사들의 인력 수급이 쉽지 않고 기사들의 고령화도 심각한 상황"이라며 "고용부에서 올해 안으로 비자 문제를 해결해 준다면 내년에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고용부에 제안했다.
현재 E-9 비자 발급은 제조업(상시근로자 300인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원 이하 기업), 건설업, 농·축산업, 어업, 임업, 광업, 서비스업 등 일부 업종에 제한돼 있다. 고용부는 매년 주기적으로 외국인인력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E-9 송출국 및 대상 업종 등을 정하는데, 서울시는 E-9 대상 업종에 운수업을 포함해 달라고 주장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 마을버스 운전기사 중 외국인 비율은 2% 수준이다. 비전문취업 비자인 E-9 비자로는 마을버스 운전을 할 수 없지만, 방문취업(H-2)이나 재외동포(F-4) 비자 등으로 외국인 운전기사 취업은 가능하다. 다만 해당 비자가 있더라도 운수업 근속연수, 연령 등 조건에 부합해야 실제 마을버스 운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는 서울시의 제안이 사전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이뤄졌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고용부는 서울시 브리핑 직후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시내버스 운송에 대한 E-9 외국인력 도입은 아직 검토된 바 없다"면서 "시내버스 운송업에 요구되는 자격과 기술, 업무 성격 등을 감안해 비전문인력(E-9) 허용의 적합성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용부 관계자는 "서울시가 국조실을 통해 외국인 마을버스 도입에 관한 건의를 요청해 답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특히나 외국인 근로자가 마을버스 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대형면허 소지자여야 하는데, 해외 면허를 국내에서 인정해 줄지 여부는 국토부 소관"이라며 "국토부에서도 별도로 건의가 들어온 것이 없는데, 이런 상황에서 심도있게 검토하거나 할 상황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 필리핀 가사관리사 도입 여전히 갈등…감정의 골 깊어져
고용부와 서울시는 지난 9월 시범사업(6개월)을 시작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도입을 놓고도 한 차례 엇박자를 낸 바 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지난 8월 6일 국내 입국해 한 달간의 교육을 거친 뒤 9월부터 본격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이들에 대한 임금 수준을 놓고 양 기관 사이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고용부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도입을 위해 1급 이상 고위직이 직접 필리핀으로 건너가 협상을 진행하는 등 사업 전반을 주도했다. 필리핀 당국과 논의 결과 정부는 이들 가사관리사에게 최저임금 지급 및 최소한의 정주 여건 보장을 약속했다. 당시 협상을 진행한 고용부 고위 관계자는 "최저임금 지급 여부가 논의의 핵심이었다"고 언급했다.
막상 사업이 시행되자 서울시는 돌연 정부 당국에 최저임금 제외를 요청했다. 서울시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국내 입국 며칠 뒤인 지난 8월 9일 가사관리사 임금이 최저임금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다. 취약계층도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외국인에 대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고용부는 서울시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도입 당시에도 고용부 내부에서 반대 의견이 많았는데, 막상 도입하고 나니 최저임금 문제로 딴지를 건다는 주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도입은 고용부 내부에서 썩 내키지 않았지만, 국무회의에서 도입하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져 고용부 주도로 추진하게 된 것"이라며 "고급인력을 모셔야 막상 서비스를 시행하고 나니까 서울시가 임금 문제로 딴지를 걸고 있는데, 여전히 동일 임금 적용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 역시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장 100만원 이하로 낮춰서 해보자는 건 고용노동부에서 검토한 결과 쉽지 않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장관은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이들의 불법 체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고용부 내부에서는 서울시가 외국인 근로자 도입 정책을 독단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도 나온다. 서울시가 정책 추진에 있어 관계 부처 논의 없이 정치적 이슈로만 몰아간다는 지적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서울시의 독단적인 정책 추진을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정치적 이슈로 몰아 관철시키려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