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韓반도체 美中 싸움에 '넛크래커', 더 센 ‘특별법’ 서둘러야

2025-08-31

우리 수출의 26%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이 미국과 중국 양쪽의 공세에 ‘넛크래커’ 신세로 내몰리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내년 1월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내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공급할 경우 미 정부의 개별 허가를 받도록 했다. 그동안 미국은 한국 반도체 기업을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명단에 넣어 별도의 허가 절차나 기간 제한 없이 미국산 장비를 들일 수 있도록 예외적 지위를 인정했지만 이제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 조치가 시행되면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생산 규모를 늘리거나 기술 업그레이드에 나설 수 없어 저사양 생산에 머물게 된다. 이에 더해 미 행정부는 15%의 상호관세와는 별개로 반도체에 대해 최대 100% 품목관세를 압박하고 있고, 반도체 보조금을 출자 전환하는 방식으로 우리 기업들의 지분까지 정조준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주저앉히기 위해 수출 통제와 규제에 나서면서 한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비중은 2023년 37%에서 지난해 33%, 올해 29%까지 급락한 상태다.

미국의 공격에 대한 중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미국이 구축한 반도체 공급망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대규모 정부 지원과 기술 개발에 나서면서 한국의 반도체 아성도 크게 위협받고 있다. 중국은 반도체에 2014년부터 10년간 135조 원을 투입했고 올해에는 반도체 장비에만 5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범용성이 뛰어난 새로운 인공지능(AI) 칩을 개발한 중국 기업 알리바바는 대만 TSMC에 맡기지 않고 중국에서 생산한다고 한다.

이처럼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이 우리의 숨통을 점점 조여오는 엄중한 상황인데도 ‘반도체 특별법’은 국회 통과가 요원하다. 여야의 극심한 정쟁 탓에 올 4월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이 법은 주52시간 예외 조항이 빠져 있는 데다 본회의 상정까지 최장 330일이 걸린다. 시대 흐름을 거스른 오판이 아닐 수 없다. 31일 해외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의 장비 수출 규제에 대해 “열심히 일해야죠”라고 말했지만 그러기에는 우리의 반도체 비즈니스 환경이 너무 척박하다. 미국은 반도체 규제를 빠르게 쏟아내고 중국은 우리를 맹렬히 따라오고 있다. 주52시간 예외 조항을 포함한 ‘더 센’ 반도체 특별법 제정을 속도전으로 처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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