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미국 철강 수출액 전년비 32.1%↓
현대제철 美 제철소, 2029년에나 본격 가동
포스코그룹, 인도 등 신흥 시장 개척 나서
[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타결된 지 한 달이 지난 국내 철강업계는 변동 없는 '50% 관세' 상황에서 실망감 속에서도 생존의 길을 찾기 위해 뛰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현지 제철소 건설 계획을 발표했지만 사실상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에서, 철강업계는 인도 등 신흥시장 개척과 함께 'K-철강'만이 가진 고부가가치 제품 경쟁력을 통해 수출 활로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8월 미국 철강 수출액 전년비 32.1%↓..."관세 타격 안고 가야"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철강 총 수출액은 23억7000만달러(한화 약 3조3000억원)로 지난해 8월 대비 15.4% 감소했다.
특히 미국 전체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12.0% 감소한 상황에서 같은 기간 철강은 32.1% 쪼그라들었다.
지난 3월 25%, 지난 6월 50%라는 '상식을 넘어서는' 품목 관세율이 부과된 후 국내 철강업계는 당혹감 속에서도 한미 관세협상을 통한 인하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협상 결과 자동차는 25%에서 15%로 낮아졌지만 철강 관세는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하며 50%가 유지됐다.
'이를 악물고' 버티던 K-철강은 예상보다 빠르고 규모가 큰 수출 실적 감소에 한숨을 쉬고 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시장은 프리미엄급 시장이어서 수익성 측면에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13% 비중은 다른 곳에서 메울 수가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관세 타격은 안고 가야 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철강 수출국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 비중이 13.06%로 가장 컸다. 이어 일본(11.45%), 중국(9.95%), 인도(8.01%), 멕시코(7.55%) 순이다.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9%)은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등에 이어 4번째 철강 수입국이다.

◆ 인도 등 신흥 시장 판로 개척...고부가가치 제품 믹스 차별화 속도
이 같은 상황에서 철강업계는 고통을 감내하며 판로 다변화 및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믹스 등 차별화 전략으로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는 현지화 계획을 발표했지만 본격 가동은 2029년부터로 예정돼 있어 그 전까지의 수출 차질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앞선 관계자는 "한국 제품이 갖고 있는 차별성이 있고, 한국산 밖에 쓸 수 없는 제품군이 있다. 그런 것을 중심으로 마케팅 전략을 조정하고 튜닝해야 된다. 미국 가격이 올라가면 일부라도 관세를 가격에 반영해야 할 것이고 고객사와의 협상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고부가가치 제품 경쟁력 강화와 함께 미국 외의 수출길 모색도 생존 전략의 하나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8월 인도 뭄바이에서 인도 1위 철강사인 JSW그룹과 본격적 사업 협력을 위한 HOA(주요 조건 합의서)를 체결했다.
양사는 HOA를 통해 지난해 10월 체결한 '철강 및 이차전지소재 분야 등 사업 협력에 관한 MOU'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일관제철소의 건설 지역, 생산 규모, 지분 구조 등 협력방안을 한층 더 구체화했다.
일관제철소는 석탄, 철광석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원료 조달 경쟁력이 높은 인도 오디샤(Odisha)주를 주요 후보지로 선정해 공동 타당성 검토를 거쳐 최종 부지를 확정할 예정이다. 규모는 조강생산량 600만톤으로 지난해 검토했던 500만톤에서 확대했다.
인도의 철강소비량이 최근 3년간 9~10%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신흥 성장시장에 더욱 적극적인 시장 선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포스코그룹은 호주 시장 진출도 적극 타진 중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7월 개최한 2025년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호주 와일라제철소 인수 여부에 대해 "다양한 기회와 가능성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홀딩스에 따르면 와일라제철소 자체는 120만톤으로 주로 봉형강 위주기 때문에 직접적인 시너지가 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제철소가 갖고 있는 광산 부분에 메리트가 있다. 광산과 재생에너지를 연계해 중장기적으로 저탄소원료 확보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철강업계의 자구 노력에 더해 정부과 국회도 지원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여야 국회의원 106명은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K-스틸법)'을 공동 발의한 상태다.
법안은 대통령 직속 '철강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한다. 철강산업이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른 저가 수입재 유입, 미국·유럽의 고율 관세 및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규제에 직면한 '복합 위기' 상황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또한 철강산업 경쟁력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국가 기본계획 수립, 조세 감면 및 금융지원, 녹색철강특구 지정, 규제 완화 및 연구개발(R&D) 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구조조정 및 수입재 대응 정책도 포함됐다. 법안에는 국내 철강 공급 과잉 상황을 고려해 정부가 감산 및 설비 축소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 명시됐으며, 사업자 간 자율적 구조조정 합의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담합 예외를 적용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외에도 원산지 표시 강화, 부적합 철강재 유통 차단 등 수입재 관리 강화 방안도 포함됐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