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GO] 우리의 영원한 친구 ‘둘리’와 함께하는 신나는 시간

2025-03-05

아이가 “심심해~”를 외치며 꽁무니를 따라다닌다고요? 일기쓰기 숙제하는데 ‘마트에 다녀왔다’만 쓴다고요? 무한고민하는 대한민국 부모님들을 위해 ‘소년중앙’이 준비했습니다. 이번 주말 아이랑 뭘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이번엔 대한민국 대표 캐릭터 둘리를 추억할 수 있는 곳으로 가보세요.

둘리뮤지엄에 가다

남극에서 건너와 스타가 된 펭수보다 훨씬 전에 남극에서 빙하를 타고 내려온 스타가 있다. “요리 보고~ 조리 봐도~ 알 수 없는~ 둘리 둘리~♪” 아마 한 번쯤 들어봤을 이 노래의 주인공이며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은 대한민국의 대표 캐릭터 둘리가 올해 탄생 42주년을 맞이했다. 둘리가 처음 우리 곁을 찾아온 것은 1983년 만화잡지 『보물섬』 4월호에서였다. 남극에서 빙하에 갇힌 채 한국으로 떠내려온 둘리는 서울의 우이천에서 철수와 영희에게 발견된 후 고길동 집에 더부살이하며 희동이·도우너·또치·마이콜 등과 함께 좌충우돌 일상을 보낸다.

연재가 이어지며 인기가 높아졌고 1987년에는 TV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로 제작돼 KBS에서 방영됐다. 1996년에는 극장용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2008년엔 SBS에서 ‘아기공룡 둘리’를 새로 선보이기도 했다. 우리나라 만화 캐릭터가 이렇게 오래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도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둘리 탄생 40주년을 맞아 극장판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이 리마스터링을 거쳐 재개봉, 어린 시절 둘리에 환호했지만 어느새 중년이 된 부모님과 유튜브·OTT를 통해 애니메이션을 본 자녀가 함께 극장에서 즐길 수 있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우리 곁에 영원히 살아 숨 쉬는 둘리를 더욱 친근하게 만나기 위해 둘리 아버지, 만화 원작자이자 애니메이션 감독을 맡은 김수정 작가와 함께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있는 둘리뮤지엄을 찾았다.

‘쌍문동 2-2’는 서울 도봉구에서 가장 유명한 단독주택 주소지다. 둘리가 얹혀살던 고길동의 집 주소이기 때문이다. 둘리가 발견된 우이천도 쌍문동에 있다. 이렇게 둘리가 발견되고 자란 쌍문동에서 2015년 둘리뮤지엄이 개관했다. 국내 만화 캐릭터를 내세운 박물관 설립은 처음이었다. 한재민 학생기자가 “왜 쌍문동이 배경이 되었는지” 궁금해했다. 김 작가가 “고향이 경남 진주인데, 만화가로서 성공하기 위해 서울에 와서 첫 자췻집을 얻은 곳이 쌍문동이에요. 만화를 그릴 때 친숙하고 잘 아는 곳을 선택해서 배경을 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쌍문동이 됐죠”라고 설명했다.

전시실 매직 어드벤처에는 극장판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실감형 체험 전시물이 연출됐다. 둘리와 친구들이 모여 사는 고길동 집, 타임코스모스 여행을 떠난 우주별과 얼음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화면도 있다. “둘리 여자친구 공실이에요.” 김 작가가 직접 버튼을 하나하나 누르며 소개해줬다. 만화에서 봤던 고길동 집 대문을 보니 지금 바로 둘리 친구들이 다 나타날 것만 같았다.

김수정 작가의 작업실 재현 공간도 마련되어 있고, 원작 만화의 변천사, 처음 연재된 『보물섬』 잡지와 단행본, 애니메이션 상품을 비롯해 영상 제작에 사용된 원화(셀화) 등도 볼 수 있었다. 1995년에 국내 만화로는 처음 발행된 우표도 눈에 띄었다. “저 위 가운데 책에 둘리가 갈색이죠. 처음에는 둘리 색깔을 갈색으로 했는데 출판사에서 초록색으로 바꾸라고 해서 바뀌었어요.”

오은채 학생모델이 “둘리는 왜 혓바닥을 내밀고 있나요?”라고 질문했다. “메롱 하는 거다, 사회의 불합리한 일에 대해 조소하는 거다 이런 이야기도 하는데 저도 사실은 잘 몰라요. 1회에는 안 내밀었는데 2회인가 3회인가부터 혓바닥을 내밀고 있게 그렸더라고요. 아마도 아기니까 천진난만한 모습을 은연중에 표현하고 싶어서, 좀 더 어려 보이고 귀여워 보이려고 저도 모르게 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들어요.”

코믹 테마타운에는 만화 『아기공룡 둘리』의 ‘고길동 표류기’ ‘저승행차’ ‘미이라의 부활’ ‘알 수 없는 나라’ ‘유령선’ 에피소드를 기반으로 반응형 체험 전시물이 있다. 에피소드를 아는 사람들은 더욱 반갑고 신기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둘리 주제곡을 직접 불러볼 수 있는 마이콜 뮤직 스테이지에선 재민 학생기자가 김 작가가 지켜보는 가운데 열창했다. 둘리 애니메이션 상영관에서는 ‘꼴두기별 왕자님’ 에피소드를 관람했다. 이밖에도 둘리뮤지엄 곳곳에는 사진 촬영용 공간이 있어 둘리와의 추억을 온 가족이 함께 남길 수 있다.

김수정 작가 인터뷰

뮤지엄을 둘러본 후 김수정 작가가 직접 쓴 소설 『모두 어디로 갔을까?』에 둘리·도우너·고길동 등의 캐릭터를 그리고 사인해 선물했다.

재민 학생기자는 친구 사인도 받고, 은채 학생모델은 아빠가 애지중지한 둘리 지우개에 사인을 받았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김수정 작가에게 질문을 던졌다.

은채: 둘리가 나오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옛날에 아저씨가 만화를 그릴 때는 어른들 사이에서 만화는 나쁜 것, 만화 보면 애들이 나빠진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굉장히 컸어요. 만화 그리면 심사를 받는데 어린아이가 어른인 고길동한테 장난치고 하면 보기 안 좋다고 그래요. 사람을 주인공으로 하니까 너무 제약이 심한 거죠. 그래서 어린이를 대신할 자유로운 영혼의 캐릭터를 찾다 보니까 동물을 의인화해야 되겠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동물을 의인화하면 조금 심의·검열이 완화되죠. 이왕 동물을 할 바에야 남들이 안 그리는 공룡을 주인공으로 해야겠다 해서 둘리가 나온 거예요.

재민: 둘리 색깔은 왜 찐초록에서 형광초록으로 바뀌었나요.

처음 KBS 방영 ‘아기공룡 둘리’가 찐초록 둘리라고 하는데 본래는 찐초록으로 칠한 게 아니에요. 그때는 필름을 현상해서 썼는데, 컬러 칠하고 현상하는 과정에서 진해졌죠. 당시 독자들은 이게 처음 본 둘리의 색이다 보니 그 찐초록이 익숙한데 제가 표현하려 했던 초록은 그게 아니에요.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때는 찐초록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서 옅게 표현하다 보니 파란 색깔 쪽에 가까워졌죠. SBS ‘아기공룡 둘리’ 때는 디지털 작업을 했는데 컴퓨터 모니터 색깔이 다 다르잖아요. 제가 쓴 모니터 색깔이 어두워서 계속 색깔을 밝게 했는데, 이게 다른 컴퓨터에 가니까 형광처럼 돼버렸죠.

은채: 캐릭터 제품으로도 둘리의 활약이 컸다고 들었어요.

은채 학생모델이 아빠가 쓰던 지우개를 가져왔는데, 아마 아빠가 어렸을 때 굉장히 좋아한 물건 중 하나일 거라고 봐요. 당시에는 문방구에 나오면 바로 매진되고, 예약하지 않으면 구하기도 어려웠거든요. 둘리 아이스바도 수업 일찍 끝난 저학년들이 다 사 먹어서 고학년 친구들은 잘 먹지 못했어요. 둘리가 어떤 제품에 붙어서 나오면 시장 지각 변동이 일어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죠.

재민: 지금 아이들에게 둘리 관람 포인트를 짚어주신다면요.

부모님과 같이 본다면 엄마·아빠는 고길동 아저씨 편에서 볼 거예요. 근데 어린이 여러분은 둘리 편에서 볼 거예요. 옛날 어렸을 때 봤던 독자들은 전폭적으로 둘리를 좋아했어요. 저한테 ‘길동이 미워요’, ‘길동이를 혼내주세요’하고 길동이를 혼내는 방법 10가지 써서 팬레터를 보냈죠. 그런데 어른이 된 후엔 '둘리 나쁜 놈' 이런단 말이에요. 근데 각종 해프닝이나 이야기는 똑같아요. 사람이 변한 거죠. 크고 난 후 길동이 아저씨 감정에 이입하는 건데 어린이 여러분은 둘리의 시선에서 보면 돼요.

은채: 만화를 그릴 때 순서가 있나요.

순서가 있죠. 일단은 뭘 그리겠다는 것을 구상해야 돼요. 그래서 캐릭터도 나오고 전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겠다 하면 스토리를 쓰고 스토리가 끝나면 연출해야 하는 사항을 그려낸 설계도인 콘티를 짜요. 콘티를 완성하면 그걸 만화 원고지에 그려요. 요즘 웹툰 작가들은 컴퓨터·태블릿 PC에 많이 그리죠. 다 그리면 컬러를 칠하고 디지털 효과를 줍니다.

재민: 만화는 몇 시간씩 그리나요.

지금은 그리고 싶을 때 그리는데 한참 많이 작업했던 시절에는 한 10년간 하루에 평균 4시간 정도밖에 못 자고 계속 그릴 정도로 마감해야 할 게 많았어요. 지금도 마감 트라우마가 있는데, 간혹 웹툰은 왜 안 하냐고 묻죠. 웹툰 마감을 지킬 자신이 없어요. 너무 힘들어서 정기 연재는 안 하고, 소설 『모두 어디로 갔을까』도 다 완성한 후에 책으로 냈죠.

은채: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나요.

둘리 이야기는 주로 우리 가정·가족에게 일어나는 이야기예요. 밥 먹을 때 쩝쩝 소리 내지 말라는 얘기 들어본 적 있나요. 이런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에서 소재를 얻죠. 길동이 아저씨는 둘리를 별로 안 좋아해요. 밥 먹을 때 둘리한테 쩝쩝 소리 내지 말라며 한소리 해요. 둘리가 포크를 떨어뜨리고 주우려 고개를 숙이는데 길동이 아저씨 발가락이 보여요. 거기다 포크를 꽂아버리고, 길동이 아저씨는 버럭 화를 내죠. 이렇게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재민: 만화가가 되려면 무엇이 중요하나요.

이야기를 쓸 줄 알아야 하고 그걸 연출할 줄 알아야 하며 제일 결정적인 거는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그림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고 문학적 소양이 또 있어야 해요. 진정한 아티스트, 예술가가 돼야 하는 거죠. 이게 잘되면 필요할 때는 누군가의 좋은 글을 받아서 내가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또 아니면 내가 좋은 글을 써서 누군가 그림 잘 그리는 사람에게 맡길 수 있고, 협업할 수도 있죠.

은채: 만화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말씀 해주세요.

잘 놀아야 돼요. 노는 과정에서 상상력이 생기고 창의력도 생기고 또 하나는 체력이 만들어지죠. 어른이 돼서 힘이 없으면, 좋은 상상력을 가지고 있어도 그걸 창의적으로 결과물을 만들 때까지 체력이 안 받쳐주면 중간에 포기해요. 잘 놀면 체력이 키워지고 노는 과정에서 창의력·사회성도 키워질 거예요.

아이랑GO를 배달합니다

이번 주말 뭘 할까 고민은 아이랑GO에 맡겨주세요. 아이와 가볼 만한 곳, 집에서 해볼 만한 것, 마음밭을 키워주는 읽어볼 만한 좋은 책까지 ‘소년중앙’이 전해드립니다. 아이랑GO를 구독하시면 아이를 위한, 아이와 함께 즐길 거리를 풍성하게 받아볼 수 있습니다.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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