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마을 한글문학기획전, 고려인 시인 우가이 블라디미르를 기억하며

2025-08-05

[전남인터넷신문]광복 80주년 의미가 깊어지는 올여름, 역사마을1번지 광주 고려인마을 고려인문화관(관장 김병학)에서는 특별한 전시가 펼쳐지고 있다. 바로 ‘고려인 한글문학 기획전’이다.이 전시는 단순히 책과 기록을 전시하는 자리가 아니다. 중앙아시아의 거친 바람 속에서도 한글을 붙잡아 지켜온 고려인 지식인들의 뜨거운 숨결들이 되살아나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 이름이 빛나고 있다. 우가이 블라디미르(1919~2004) 선생이다.

5일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우가이 블라디미르는 삶의 모든 장면을 글과 예술로 새겨 넣은 사람이었다. 그는 중앙아시아, 특히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지역에서 고려인 사회의 등불과 같은 존재였다. 시인이자 언론인, 미술 교육자이자 평론가, 문화운동가로서 그의 발자취는 한글을 통해 뿌리를 잇고자 했던 모든 고려인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1963년, 그는 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며 젊은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시작했다. 때로는 거친 건설현장에서 땀을 흘리고, 때로는 디자인 대학 화가로 창작의 길을 걸으며, 때로는 신문사 특파원으로 세상의 변화를 기록했다. 평범치 않은 이 모든 여정은 그를 더욱 강인하게 만들었다.

1975년 타슈켄트 주립대학 저널리즘 학부를 졸업한 후, 그는 ‘레닌 기치’(현 고려일보)에서 펜으로 역사를 기록했다. 1985년부터 특별 특파원으로, 그리고 1990년부터 1994년까지 타슈켄트 지국장으로 활동하며 고려인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했다. 글자 하나하나에는 낯선 땅에서도 잊지 않은 조국과 한글에 대한 사랑이 깊이 배어 있었다.

그의 열정은 언론에만 머물지 않았다. 우즈베키스탄 고려문화협회 홍보부를 이끌며, 잊혀져 가는 고려인 문화의 맥을 되살리고,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었다. 그리고 그가 남긴 시와 평론은 ‘씨르다리야의 곡조’(1971), ‘시월의 해빛’(1975) 같은 작품집에 남아, 오늘날까지 고려인 문학의 뿌리로 기억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기획전은 우가이 블라디미르 선생의 삶을 다시 불러내며, 언어와 문화가 단순한 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한 민족의 혼과 역사라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또한 이번 ‘고려인 한글문학 기획전’은 그런 그의 발자취를 다시금 되살리고 있기에 전시관 한켠에서 그의 이름을 바라보는 이들은 저마다 묵묵히 한글의 소중함을 떠올린다. 조국을 떠나야 했던 디아스포라의 가슴 깊은 외침이 이곳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가이 블라디미르는 우리 곁에 없지만, 그의 시와 글, 그리고 남겨진 기억들은 “우리는 무엇으로 우리를 지킬 것인가?”를 묻고 있다.

고려방송: 임용기 (고려인마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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