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이슈에 물린 주식, 지금이라도 팔까 고민된다면 [여의도 고수의 한수]

2025-05-01

“관세 이슈는 2개 분기 내 협상과 타협이 이뤄질 겁니다. 투자자들은 이후의 전개를 생각해야 합니다. 미국 외 지역의 각국은 수출 의존도를 줄일테고, 관련 분야의 위험 선호 심리가 재개될 것입니다.”

유승민(사진) 삼성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발 무역전쟁의 파고를 개인 투자자들이 어떻게 넘어야 할 지 묻는 질문에 “관세 협상 압력이 올라갈수록 일련의 과정 속에서 금융 시장 변동성은 높아질 것이라 단기적으로는 현금 비중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25년 이상의 증권업 경력을 자랑하는 유 팀장은 업계에서 자산배분 전문가로 손꼽힌다.

유 팀장이 관세 이슈가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 보는 건 관세로 인한 실물 경제 충격이 곧 유권자인 경제 주체들에게 도달하는 시기가 임박했기 때문이란 분석에서다. 그는 “여름이 지나면 (미국의)대부분 산업에서 재고가 소진될 것”이라며 “곧바로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체감할 수 있게 될 것이고 미국은 이런 충격이 들어오기 전에 협상하려 할 것”이라고 짚었다. 동시에 국가별 기본관세(10%)는 유지될 가능성은 높은 바, 수출 채산성이 낮아진 글로벌 경제를 전제로 자산배분 전략을 짜야한다는 게 유 팀장의 시각이다.

다음은 유 팀장과의 일문일답

-지난해까지만 해도 끝없이 올라갈 것 같던 미국 증시가 올 초 불거진 관세 이슈로 요동치고 있다. 협상의 물꼬가 트이고 있다는 낙관론부터 드디어 약세장이 시작됐다는 비관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앞으로 미국의 관세 협상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베스트 케이스(Best Case)는 관세 문제가 조기에 합의가 되는 것이고, 워스트 케이스(Worst Case)는 관세 문제 장기화로 경기 침체 내지는 스테그플레이션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는 1~2개 분기 내에 협상과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 보고, 또 이를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여름이 지나면 대부분 미국 산업에서 재고가 소진이 될 것이다. 그러면 유권자인 경제 주체들이 곧바로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체감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은 이런 충격이 들어오기 전에 협상을 하려고 할 것이고, 그래서 중국이 버티고 있는 것이다.

이슈가 되는 관세는 상호 관세, 모든 국가에 대한 기본 관세(10%), 그리고 품목 관세(반도체, 자동차 등) 등 세 가지다. 상호 관세는 협상에 따라 좀 낮아지고, 품목 관세는 상호 관세 협상에 맞춰 국가별로 차등 완화가 되고, 기본 관세는 유지가 될 것으로 본다. 미국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가 둔화는 되겠지만 심각한 침체로 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전제다. 다만,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는 불가피하게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금융시장의 불안정성도 높을 수 밖에 없다.

투자자들은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 전제하고 이후 전개를 생각해봐야 한다. 협상이 되더라도 수출 의존도는 축소될 수 밖에 없다. 관세가 낮아져도 기본 관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기에 수출의 채산성이 낮아지고 수출에 의존해서 경제를 끌어가기엔 부담이 되는 때문이다.

또 하나 이미 나타나고 있고 강화될 현상은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대한 우려다. 국방은 물론 자국의 경제 독립성을 키우는 투자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를 파고들 수 있는 투자 섹터가 있을 것이다. 즉, 리스크는 있겠지만 위험 선호 심리가 재개될 것이다.

-우선 개인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간략하게 설명해달라

△단기(3~6개월)와 중장기(12개월 이상)랑 나눠서 보자. 단기적으로 지금은 협상의 갈등이 고조되는 단계지만 조금 지나면 실물 경제의 충격이 경제 주체들에게 들어오게 된다. 그러면 협상 압력이 올라갈 것이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금융 시장은 변동성이 높아질 것이니 단기적으로는 현금 비중을 높이는 게 중요하고 당연히 주식은 불리하다. 채권의 경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있다보니 통화정책(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기 때문에 중립 정도로 봐야 한다.

중장기로 놓고 보면, 경기가 크게 침체되지 않은 상태에서 각국의 이제 선별적 투자가 생길 것이고 그런 효과가 위험 선호 심리를 다시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12개월 이상 투자를 놓고 본다면 주식이 가장 유리해질 것이다.

채권을 중립으로 보는 이유는 경기 둔화와 대응해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하겠지만 현 시장에서는 이미 가격 반영이 진행되고 있다. 지금은 채권 시장이 주식보다 낫지만 길게 놓고 볼수록 주식의 기대 수익률이 우위가 될 수 있다.

-지금 주식에 물렸다면 손절하는 것보다 보유하는 게 낫겠다

△최근에 주식이 빠졌다가 반등이 나타나고 있는데, 지금이라도 팔아야되나 고민한다면 지금은 그럴 시점은 이미 늦은 것 같다. 다행히 4월 초순 정도의 가격 바닥을 더 현저히 깨고 내려가진 않을 것 같다. 대략적으로 가격 바닥 수준에 근접해 있는 건 맞는다. 다만 바닥이 완전히 확인됐다고 보진 않는다. 더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가 재주 좋게 주식을 팔아서 현금화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다. 즉 기존에 진입한 투자자라면 이 시점에서 매도를 통해 현금을 늘릴 필요는 없고, 신규 진입하는 투자자라고 한다면 위험을 더 통과하는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

지금 투자를 생각한다면 연말까지 배당주를 적립식으로 매수하는 걸 추천한다. 배당을 주는 기업들은 일련의 불황 속에서도 꾸준하게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이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본다라면 나쁜 선택은 아니다.

-주요 요인들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지난해까지는 미국 예외주의가 시장을 지배했다면 올해는 '낫 유에스(NOT U.S.)'가 각광을 받고 있다. 이 현상이 고착화 될 여지가 있다. 최근 미국 증시나 국채 급락 현상은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도 문제였다. 관세 협상이 지지부진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등 이런 일들이 정말로 계속된다면 미국 자산에 대한 신뢰성이 깨지겠지만, 그렇다고 미국을 완전히 버리고 투자할 만한 미국 외 자산이 있느냐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즉, 이 같은 극단의 상황을 전제로 하는 건 아니다.

다만, 미국 달러는 강세보다 약세 요인이 많아질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 외 지역에서 수출 의존도가 약화하기 때문에 (자국 내)투자를 확대해야 하는데 그만큼 채권 발행량이 늘어날 거다. 그러면서 미국 외 지역의 금리가 미국보다 더 높거나 덜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결국 자연스럽게 달러 약세로 이동하게 된다. 또 수출 의존도가 취약해지니 각국이 수출에서 부족한 부분을 내수에서 채우려고 내수 부양을 많이 할 것이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 본다면 미국보다 미국 외 시장이 좀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기본 전제는 미국 자산이 기본적인 회복 사이클을 타야한다는 것이다. 미국 자산이 망가지면서 다른 자산들이 좋아질 순 없다. 투자처로 긍정적인 미국 외 지역은 안정적 재정 운영에서 투자 노선으로 선회한 독일을 비롯한 유럽이다. 방산 등 분야에서 유럽 내 독자적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움직임들이 확산할 여지가 있다.

-오히려 지금이 한국 주식에 투자할 적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거에 비해서는 한국 주식 시장을 긍정적으로 본다. 다만 한국에 대해서는 상충되는 관점들은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한국이 저성장 국면에 들어간 데다 대외 의존도도 높아서 기업 경영 환경이 과거만큼 우호적이지 않다. 마진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은 당연히 부정적이다. 반면 긍정적인 부분은 밸류에이션이 싸다는 점이다. 또 지난해부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자본시장 선진화 노력 등이 지속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걸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어떤가

△우리 리서치팀에서 4월 중순 중국을 방문해 국무원부터 산업 현장까지 여러 동향을 살피고 왔다. 아직까지는 중국 내에서 내수 부양 등에 적극적인 시그널을 찾지 못했다.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진행 중이라 그런 것 같다. 구체적인 정책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중국도 내수 진작 등 경기 부양 움직임을 보여야 하기에, 미국 외 투자처로 선진국에서는 유럽, 신흥국에서는 중국이 하나의 축이 될 것이다.

-채권 투자 전략은 어떻게 세우면 좋겠나

△국채 투자라면 미국 국채 중에서도 장기채를 가장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어떤 정책 불확실성이라든지 또는 관세에 따른 자본시장의 혼란 등에 따라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앞서 말했듯 미국의 자본시장이나 자산시장의 신뢰가 근본적으로 훼손될 정도까지는 아니다. 지금 10년물 같은 금리가 뛰는 건 이제 관세 협상이 잘 안 되면 미국 재정이 나빠질 테고 그 과정 속에서 금리가 뛸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단기적인 관점에서 작동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심하게 튀지 않는 이상은 하반기에 연준이 한 두 번 정도 금리 인하를 할 것으로 본다. 인플레이션은 앞서 이야기한 기본 가정에 의거할 때 하반기 이후 3% 중반 이상으로 튈 가능성이 높지 않다. 금리 인하 사이클을 감안했을 때 금리 상단이 가로막힌 셈이다.

최근 독일 국채 투자를 언급하는 분들이 많은데 독일 채권 금리가 가장 많이 빠졌다. 오히려 지금 투자하는 건 안전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투자할 때는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미국이 제일 유리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한국도 금리 인하를 올 2~3번 정도 할 것으로 보는데 미리 가격 반영이 많이 됐다. 또 하이일드는 현재 단기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주식과 마찬가지로 담기가 어렵다.

물론 미국 장기채 투자의 한 가지 큰 단점은 있다. 미국 달러가 약세로 갈 것으로 보이기에 그 부분에 대한 기대 수익은 낮춰 잡아야 한다.

-금 투자는 어떤가. 최근 가격이 조정을 받긴했지만 아직도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과거 수십년 동안 금값을 움직였던 기본 논리는 실질금리나 미국 달러의 역함수다. 실질 금리가 낮아지거나 마이너스가 되는 기간 동안 금 가격이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니까 금리가 올라갔다. 미국 달러도 강세를 보였다. 그렇다면 역사적으로 과거의 펀더멘탈 논리에 따르면 금값이 떨어져야 하는데 실제로 코로나19 이후로 금은 계속 올랐다. 왜 그랬을까.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중요한 이벤트였다. 러시아 은행들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 망에서 퇴출되면서 돈이 묶였고, 달러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인식 속에 브릭스(BRICS) 국가들이 금을 계속 사모았다. 즉, 펀더멘탈 요인보다는 지정학적 요인, 그리고 신흥국 부유층들을 중심으로 한 민간 수요 등의 수급들이 금값을 끌어올렸다.

그런데 작년 하반기 이후로는 펀더멘탈 상황이 반대가 됐다. 달러 강세가 제한됐고, 실질 금리가 떨어졌다. 펀더멘탈 요인으로 보면 금이 투자하기에 유리한 조건이 돼 버린 것이다. 그런데 지정학적 요인, 수급 요인 등은 지금도 계속 작동하고 있다. 펀더멘탈도 서포트되고 기타 변수도 금 투자에 우호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금 선호는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다. 금은 단기든 장기든 상승 요인이 유효하다.

-최고가를 여러 번 경신했는데 장기 측면에서도 상승 요인이 유효하다는 건 놀랍다. 차라리 은에 투자하는 건 어떤가

△사실 금의 적정 가격을 알 수 있는 벨류에이션 툴은 없다. 펀더멘탈 요인과 비펀더멜탈 요인을 같이 봐야하는데 두 요인이 모두 괜찮은 상황이다. 세상이 평화로워진다면 아무래도 덜 오를 순 있겠다. 그렇다고 구조적으로 금 수요가 줄어들까? 그건 아니다. 저희가 수년 째 금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씀드리고 있는 이유다.

반면 은은 금과의 스프레드를 가지고 움직이는 성향이 있다. 금값 상승으로 은까지 상승 곡선을 따라가고 있지만 은은 투기적 수요가 더 많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은을 자산배분의 관점에서 투자 대상으로 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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