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키리오스(호주)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개막을 앞두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늘도 무작위로 도핑테스트를 받았다. 지난 두 달간 네 번째다. 하지만 양성 반응이 나와도 어차피 플레이할 수 있으니 의미가 없다”고 적었다가 반향이 커지자 금방 내용을 삭제했다.
지난해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단식 세계 랭킹 1위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와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단식 세계 1위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가 도핑 논란에 휘말린 것을 저격한 말이었다.
미국 ‘폭스스포츠’는 이와 관련해 지난 13일 “역겨운 테니스 도핑 드라마에 (테니스계에) 어두운 구름이 몰리고 있다”고 했다. 두 선수는 공교롭게도 가벼운 징계를 받고 코트에 복귀했다.
신네르는 지난해 3월 두 차례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국제테니스청렴기구(ITIA)는 금지 약물을 의도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는 신네르의 해명을 받아들이면서 도핑 검사 기간에 신네르가 참가했던 대회에서 받은 상금과 랭킹 포인트를 무효로 하는 비교적 가벼운 징계를 내렸다.
신네르는 2024년 단 6패만 당했다. 이는 로저 페더러(스위스),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라파엘 나달(스페인) 이후 최고의 시즌을 보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신네르는 호주오픈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내가 그 사건을 잊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난 아무잘못도 하지 않았고, 그래서 내가 이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결백은 재차 강조했다.
최근 프랑스오픈 3년 연속 우승을 달성하는 등 지난해 10월까지 여자 테니스 1위를 지킨 최강자 시비옹테크도 지난해 도핑 양성 반응이 나와 9월 이후로 한 달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고의성이 크지 않고, 부주의 수준 역시 낮다는 점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몇몇 동료들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코트의 악동’으로 불리는 키리오스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에게 불공정한 적용되는 도핑 테스트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경기를 하다보면 감정에 휩쓸릴 수도 있고, 라켓을 던질 수도 있지만, 그건 부정행위를 하거나 성능 향상 약물을 복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며 “신네르는 다른 시간에 받은 두 번의 도핑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그가 잘못한 부분이 없다면 왜 상금과 포인트를 빼앗았나. 그들은 분명히 뭔가 잘못된 부분을 발견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테니스에서 두 선수들의 징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다뤄졌다. 세계 1위 선수가 모두 도핑으로 처벌받는 상황도 역겹다. 끔찍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네르가 중징계를 받을 수 있는 위기 상황은 이어진다.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호주오픈을 앞두고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항소로 4월 청문회를 통해 신네르의 상황을 다시 들여다 보기로 했다. 신네르의 잘못이 인정되면, 적게는 수개월, 많게는 1~2년의 출전·자격 정지 징계를 받을 수 있다.
‘폭스스포츠’는 “‘빅3’의 시대가 저무는 시점에서 새로운 슈퍼스타를 찾는 남자 테니스에 힘든 상황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부상 탓에 2023년 6월 이후 약 1년 반 만에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를 통해 코트로 복귀한 키리오스는 1회전에서 제이컵 펀리(92위·영국)에게 0-3(6-7<3-7> 3-6 6-7<2-7>)으로 져 탈락했다.
그렇지만 신네르는 니콜라스 재리(36위·칠레)를 3-0(7-6<7-2> 7-6<7-5> 6-1)으로 무난하게 2회전에 진출했다. 시비옹테크도 단식 1회전에서 카테리나 시니아코바(50위·체코)를 2-0(6-3 6-4)으로 가볍게 제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