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북한전 주심 이란 여성 축구 심판 “산성 테러, 살해 협박으로 조국 떠났다”

2025-01-15

이란 여성 국제축구 심판 마흐사 고르바니(36)는 지난해 12월 조국을 떠나 스웨덴으로 이주했다. 이란에서 선구적인 여성으로 꼽히는 그는 사회적, 국가적 제약에 맞섰지만 불공정한 대우, 살해 협박, 산성 테러 위협 등에 더 버틸 수 없었다. 서남아시아 대표 언론 알자지라는 14일 고르바니와 인터뷰를 게재하며 여성 심판에 대해 이란축구계 편견과 차별을 비판했다.

고르바니는 2017년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심판이 됐다. 그해 타지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간 20세 이하 경기에서 주심을 봤다. 국제 축구경기에서 심판을 본 최초 이란 여성이었다. 그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2023 FIFA 여자 월드컵, 몰디브 남자 2부 리그에서도 휘슬을 불었다.

고르바니는 2024년 3월 테헤란을 연고로 하는 축구팀 간 맞대결인 에스테그랄-페르세폴리스전에서 비디오보조심판(VAR)으로 임명됐다. 치열한 더비 경기를 앞둔 며칠, 그는 광범위한 공식적 반대에 직면했고 경기 48시간 전 이란축구연맹(IFF)에 의해 심판 명단에서 제외됐다. 알자지라는 “의심스러운 교통사고 등과 같은 위협이 닥쳤고 IFF의 반복적인 심문을 겪은 후 그는 이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고르바니는 이번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내가 심판으로서 FIFA 월드컵 2022에 단 한 걸음 남은 상황이었으나, 이란축구연맹이 나를 국내 경기 심판에서 제외했다”며 “그들은 여성이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주는 것을 두려워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테헤란 더비를 며칠 앞두고 내가 연맹에 갔을 때 그들은 내 휴대전화를 끄고 압수했고 가방도 방 밖에 두라고 했다”고 말했다. 고르바니는 “처음에는 공손히 내게 심판으로 나서는 걸 철회하도록 요청했다”며 “나중에는 나에게 ‘정신적·심리적으로 이 경기에서 심판으로 활동하게 부적합하다’는 편지를 작성하라고 했고 카메라 앞에서 내가 너무 아파서 이 경기를 할 수 없다고 말하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왜 연맹이 그런 요청을 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고르바니는 “그들은 FIFA에 제시할 문서를 원했지만 나는 그들의 요구에 따르지 않았다”며 “그런데 나중에 내가 작성하거나 서명하지 않은 편지가 연맹에 의해 FIFA에 제출된 걸 알았다. 내용은 내가 심각한 병으로 인해 테헤란 더비를 심판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편지 쓰기를 거부한 뒤 또다른 치욕이 이어졌다. 고르바니는 “연맹은 내가 국제 경기에서 입은 복장을 문제삼았다”며 “그들은 내가 고의로 내 자신을 노출했다는 내용으로 말하기를 원했다. 그들은 내가 사고로 죽을 수도 있으니 협조하는 것이 좋겠다고까지 말했다”고 주장했다.

고르바니는 대부분 경기에서 히잡 없이 나섰다. 압박에도 불구하고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의무적 히잡 규정을 거부한 것이다. 고르바니는 “나는 모든 심판들과 동일하게 승인된 심판 유니폼을 입기를 원했을 뿐”이라며 “압박이 심해졌고 가족 안전을 위해 몇차례는 베이지색 양말과 모자를 착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왜 다른 이란 여성 심판들처럼 이란축구연맹이 승인한 유니폼을 입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내 행동이 이란 여성들의 자유와 평등을 향한 진보를 위한 한 걸음이라고 느꼈다”고 답변했다. 그는 “월드컵과 국제 토너먼트에 참가하는 것은 늘 주요 목표 중 하나였다”며 “나는 여전히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더욱 큰 동기를 가지고 계속 전진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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