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프루걸 포

2025-02-19

유럽연합(EU)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극복을 위해 7500억 유로(약 1129조 원) 조성을 추진했다. 하지만 당시 북유럽과 남유럽 간 입장 차이로 진통이 컸다. 덴마크·오스트리아·스웨덴·네덜란드 등 EU의 ‘재정 검소 4국(Frugal Four)’은 회복 기금 축소, 대출 지원, 재정 규율 강화를 요구했다. 반면 남유럽 국가들은 무상 지원과 재정 유연성을 원하며 불만을 터뜨렸다. 우여곡절 끝에 EU는 대출과 보조금을 혼합하는 절충안을 도출했다. 프루걸 포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EU의 어젠다에 일정 부분 반영한 셈이다.

이처럼 보수적 재정 정책을 고집했던 프루걸 포 국가들이 확 변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18일 “냉전 시절보다 더 엄중하다”면서 대대적 재무장을 선언했다. 덴마크는 내년까지 10조 원의 방위비를 추가로 지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율을 3%까지 높이기로 했다. 이 비율은 2022년 1.1~1.3%에서 2023년 2.01%, 지난해 2.37%로 계속 높아졌다. 덴마크는 러시아의 위협 속에 맹방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자국령인 그린란드에 대한 영토 야욕을 드러내자 심히 우려하고 있다. 덴마크는 미국이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의 일방적 양보를 전제한 채 러시아와 ‘더티 딜(Dirty deal)’을 펴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자국 이익을 위해 우방도 내팽개치는 미국의 전략에 대응해 자체 방위력을 증강하겠다는 것이다.

스웨덴도 지난해 국방 예산을 전년보다 28%나 증액시키는 등 GDP의 2.4%가량을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 역시 큰 폭의 국방비 증액에 나섰다. 미국의 동맹국들조차 ‘트럼프 스톰’ 속에서 스스로 안보를 챙겨야 하는 각자도생 시대가 됐다. 우리도 자주국방 능력을 강화하고 방위산업을 키워야 경제·안보를 굳건히 할 수 있다. ‘K방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해외에서 호평을 받는 방산 수출을 크게 늘리기 위해 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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