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걸린 음악가, 영혼 팔았다…낙원상가 ‘1억 영수증’ 전말

2024-09-23

그간 어떻게 잊고 지냈을까.

최근 크로스오버 그룹과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공연을 보고 예전에 겪은 현장이 문득 떠올랐다.

어느 음악가의 죽음.

계절이 바뀌어 막 겨울이 찾아오던 때였다.

강남 양재역 부근의 원룸이었다.

원룸이라고는 하지만 10년도 훨씬 전 당시 전세가가 1억원이 넘었던 것이 또렷이 기억났다.

아주 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아니었다.

고인은 40대 후반의 남성.

한국에 잠시 거주하던 재미교포였다.

2주 만에 시신이 발견됐다.

신원이 확실하다 보니 미국 유족에게 바로 연락이 간 모양이다.

그의 형이 부랴부랴 들어와서 동생의 시신을 거두고 내게 유품 정리를 의뢰한 것이다.

당시만 해도 특수청소업체라는 것이 한국에선 낯설 때였는데, 외국에 살던 그가 어떻게 나를 찾았는지 의아했던 기억이 있다.

그 당시 나는 이 일이 아직 손에 익지 않았다.

지금은 전화상담만으로도 현장 모습이 그려지고 작업 방식이 쭉 선다.

하지만 당시엔 오로지 현장을 ‘사고 이전’으로 복구해야 한다는 데만 온통 정신이 팔려 일의 선후를 그르치기 일쑤였다.

그때 내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시취’를 없애는 작업이었다.

쑥을 태운다든가, 마늘즙 또는 양파즙을 뿌려도 보고 오렌지 기름까지 구해다가 닦아보기도 했다.

효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고인의 형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영어 억양이 섞인 한국말엔 슬픔이 뚝뚝 묻어났다.

그런데 나는 사연을 물으며 위로하기보다 ‘2주 뒤 시신 발견’이라는 말에만 걱정이 턱밑까지 차올랐을 뿐이다.

일 걱정 때문에 잠깐의 대화를 끝내고 고인의 집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살림은 단출했다.

한국 생활이 길지는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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