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에 올라 앉은 주요국 경제는 "심장마비 직전" 거대 헤지펀드 창업자의 경고[BOOK].

2025-06-13

빅 사이클

레이 달리오 지음

조용빈 옮김

한빛비즈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인 레이 달리오가 각국에서 벌어지는 ‘부채 돌려막기’에 대한 경고를 내놨다.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 출간된 신간에서다. 50년에 걸친 전문투자자로서의 경험과 500여년의 역사적 사례를 살펴 내놓은 이 책은 ‘대규모 부채 사이클’ 분석의 결정판에 가깝다.

달리오는 신용에 기반한 경제가 굴러가는 시스템과 메커니즘, 이를 기반으로 빚어진 부채 사이클에 대한 설명을 촘촘하게 쌓아간다. 역사적 사례와 개별 국가 사례를 날실과 씨실을 삼아 화폐와 부채의 역학 관계를 그려낸다. 국가 파산의 단계별 시나리오를 써 내려 갔다. 원제인 ‘국가는 어떻게 파산하는가: 빅 사이클 (How Countries Go Broke: The Big Cycle)’대로다.

국가 파산을 야기하는 빚, 신용이 창출하는 부채는 양가적이다. 경제에 나쁠 수도 좋을 수도 있다. 달리오의 표현을 빌리면 이렇다. ‘나에게 돈과 신용은 경제의 생명줄이다. 그것은 시스템 내의 넘치는 곳에서 그것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부분으로 영양분(즉 소비력)을 순환시킨다. 돈과 신용이 원활하게 거래되고 투자되어 자본을 얻는 사람들이 생산적으로 사용하면 자본을 빌려준 사람이나 빌려 쓴 사람 그리고 경제 시스템 전체가 번영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시스템이 병들어 손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경제 시스템이 골병드는 건 현존하는 돈이나 재화, 용역 및 투자 자산에 비해 빚이 과도하게 많아질 때다. 빌린 돈 이상의 생산성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부채를 통한 경제 성장의 선순환 구조가 무너지게 된다. 달리오는 ‘부채가 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하면 동맥에 찌꺼기가 쌓인다고 생각하면 된다. 부채 상환액이 늘면서 지출에 사용할 수 있는 소득 양을 줄이게 되고, 돈의 흐름이 너무 심하게 제한되면 채무 불이행 사태가 발생하고 이는 경제에 발생하는 심장마비와 같다’고 설명한다.

달리오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경제가 곧 심장마비에 걸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상태는 이미 심각하다. ‘대규모 부채 사이클’의 후반부에 진입했다. 빚더미에 오른 탓에 우리가 자주 보아왔듯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해 대규모 재정 적자를 메우는 상황에 자주 의존해야 하고, 결국 부채의 화폐화와 부채 구조 조정이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는 이 단계에서 국가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포퓰리즘적이며 보호무역적이며 권위주의적 접근 방식을 가진 지도자가 등장할 가능성이 커지고 동맹의 논리는 사라지며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국가와 기업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리오의 예측은 지금 우리가 목도하는 상황과 소름 돋을 만큼 닮아 있다.

달리오는 ‘대규모 부채 사이클’을 마주한 경제 시스템이 심장마비를 피하려면 재정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올리고 금리를 내리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달리오의 처방이 맞을지는 예단할 수 없다. 다만 부채 위기에 맞서는 적절한 정책 조합과 투자를 위해 챙겨야 할 경제 지표 등에 대한 달리오의 조언은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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