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취향 변화? 성별 따라 연애에서 기대하는 역할·부담이 달라졌다는 사회적 반영
“남녀 모두 경제적 여유, 관계 전제조건으로 인식…전략적으로 결정되는 ‘생활의 일부’”
싱글 남녀에게 연애 상대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를 묻자 남성은 ‘성격’을, 여성은 ‘외모’를 1순위로 꼽은 반전 결과가 나왔다. 흔히 알려진 남성은 외모를, 여성은 성격을 본다는 통념과 상반돼 눈길을 끈다.

소셜 디스커버리 서비스 ‘위피’를 운영하는 ‘엔라이즈’는 지난달 위피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연애 및 결혼 가치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해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15일 밝혔다. 응답자의 과반은 25~34세였다.
조사 결과 ‘가장 중요한 이성 조건’을 묻는 질문에 남성은 ‘성격’(73.1%), 여성은 ‘외모’(70.6%)를 각각 1순위로 선택했다. 남성은 ‘외모’(64.2%), ‘거리’(37.1%)를, 여성은 ‘성격’(65.5%), ‘경제력’(35.5%)을 꼽았다.
연애에 대한 생각 역시 뚜렷한 차이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남성은 ‘연애를 하고 싶고 적극적으로 노력 중이다’(49%)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여성은 ‘연애는 하고 싶지만 적극적으로 노력하진 않는다’(51.4%)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연애를 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남성은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어서’(63.8%), 여성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어서’(58.9%)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결혼에 대한 인식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결혼을 꼭 하고 싶다’는 응답은 남성 54%, 여성 42.4%로 나타났고, ‘결혼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는 의견은 남성 33.2%, 여성 38.4%였다.
연애든 결혼이든, 가장 큰 장애물은 ‘경제적 부담’이었다. 구체적으로 ‘결혼 비용, 신혼집 마련 등 경제적 부담’에 대한 응답률이 남성 62.8%, 여성 51.4%로 조사됐다.
연애와 결혼을 위해 가장 개선하고 싶은 부분에 대해서도 남성 43.7%, 여성 40.2%가 ‘경제적인 여유’를 1순위로 꼽았다.
경제적 안정성의 기준에서는 성별 차이가 뚜렷했다. 남성은 ‘미래 성장 가능성’(44.4%)을 중요하게 생각했으며 여성은 ‘안정적인 직장’(46.2%) 여부를 우선시했다. 남성은 미래지향적 투자에, 여성은 현재의 확실한 안정성에 더 무게를 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결과는 연애와 결혼을 둘러싼 성별 인식의 미묘한 변화와 현실적 고민을 동시에 보여준다. ‘남성은 외모를, 여성은 성격을 본다’는 기존 통념과 반대되는 응답이 나온 점은 매우 흥미롭다”며 “단순한 취향의 변화라기보다, 성별에 따라 연애와 관계에서 기대하는 역할과 부담이 달라졌다는 사회적 반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성은 상대의 내면, 즉 ‘성격’을 중시하며 관계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는 반면 여성은 외모를 우선시하면서도 뒤이어 ‘경제력’을 꼽았다는 점에서, 연애를 통해 얻는 감정적 만족과 함께 현실적인 조건도 적극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그는 “여성의 경우 ‘적극적으로 연애를 시도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많았는데, 자발적인 비연애가 아니라 ‘선택 가능한 대상의 부재’와 ‘경제적 여건의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며 “남성은 연애 의지가 높지만 기회의 부족을 토로하고 있어 양측의 연애 시장 접점이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연애와 결혼의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다. 남녀 모두 경제적 여유를 관계의 전제조건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안정성과 가능성이라는 기준에서 서로 다른 우선순위를 보인다는 점은 사회 구조의 불균형이 개인의 관계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연애와 결혼은 더 이상 단순한 감정의 문제라기보다 사회적 자원과 조건 속에서 전략적으로 결정되는 ‘생활의 일부’가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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