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유역환경청, 지리산 자락서 제거 활동
5년간 전국서 수거된 밀렵 도구 3만140개
숲에 설치된 ‘올무’는 야생동물에게 ‘죽음의 올가미’이다. 다리나 목, 몸통 등이 걸리면 빠져나갈 수 없다. 달아나려고 몸부림치면 가느다란 철로 된 줄은 바짝 더 조여온다. 올무에서 벗어나는 길은 발버둥 치다 죽거나, 사람에게 잡히는 것 뿐이다.
국립공원 지리산 인근의 야산에서는 하루에만 이런 올무 수십 개가 발견됐다. 겨울을 맞은 전국 야산에서 야생동물을 잡기 위해 몰래 설치한 올무나 덫 등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몸보신 등의 명목으로 야생동물을 사고파는 문화가 사라지지 않으면서 밀렵도 끊이지 않는다.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28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 인근 야산에서 지난 26일 올무 50개와 덫 2개를 수거했다”고 밝혔다. 영산강환경청은 구례군과 지리산국립공원 전남사무소,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야생생물관리협회와 함께 ‘불법엽구 수거 활동’을 했다.
이곳은 국립공원 지리산 자락이다. 지난 1월에도 몰래 설치한 올무가 무려 131개나 발견됐다. 당시 올무에 걸린 고라니가 현장에서 구조되기도 했다.
야생동물을 잡으려고 설치하는 올무나 덫 등은 모두 불법이다. 제작이나 판매,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전국의 야산에는 이런 도구가 넘쳐난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전국에서 수거된 불법 사냥도구는 3만140개에 달한다. 2019년 8545개, 2020년 7633개, 2021년 5186개, 2022년 5106개, 지난해 3670개가 수거됐다. 올무가 2만5816개로 가장 많았고 덫 1569개, 뱀을 잡기 위한 그물 562개 순이었다.
야생동물 밀렵이 줄지 않고 있는 것은 아직도 몸보신을 위한 식용으로 사고파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전국에서 밀렵이나 야생동물 밀거래로 적발된 경우는 8177건이나 됐다.
김태선 영산강유역환경청 자연환경과 전문위원은 “오소리나 고라니, 멧돼지, 뱀 등을 몸보신을 위해 거래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면서 “밀렵꾼들은 발각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야산에서 도살해 고기나 가죽 등 필요한 부분만 가져가기도 한다”고 했다.
불법으로 설치된 올무 등은 사람이 제거하기 전에는 자연에 그대로 남아 언제든 동물을 위협할 수 있다. 나무에 묶어둔 올무가 수십년 동안 제거되지 못해, 나무를 파고들어 결국 고사하는 경우도 있다.
김영우 영산강유역환경청장은 “야생동물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신고가 필요하다”면서 “환경부에서 신고포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니 사전에 예방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