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에어비앤비 숙소를 운영하는 호스트가 인공지능(AI)으로 사진을 조작해 게스트에게 2000만원이 넘는 손해 배상을 청구해 논란이 됐다.
최근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인 A씨는 공유 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를 통해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 아파트를 단기 임차했다. 그러나 아파트 보안이 허술하다고 생각해 2개월 반 만에 임대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조기 퇴거하려고 했다.
아파트를 나선 뒤 A씨는 아파트 물건이 다수 훼손됐다며 배상 청구서를 받았다. 임대인은 손해 배상이 필요한 사항이라며 에어비앤비에 증거 사진을 등록했다. 여기에는 깨진 커피 테이블, 소변으로 얼룩이 진 매트리스, 손상된 로봇 청소기 등 사진이 포함됐으며 소파, 전자레인지, TV, 에어컨도 수리가 필요해 1만 2000파운드(약 2230만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에어비앤비는 A씨에게 사진을 면밀히 검토한 후 임대인에게 5314파운드(약 992만원)를 배상하라고 알렸다.
그러나 A씨는 아파트를 깨끗이 사용했으며, 해당 아파트에 머무는 동안 방문객이 2명에 불과하다며 터무니없는 손해배상이라고 반박했다.
동시에 사진을 자세히 살폈고, 커피 테이블의 금이 간 모습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을 발견했다. 공개된 커피 테이블 사진은 두 장이다. 커피 테이블 중앙에 커다란 금이 간 모습인데,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사진에서는 금이 간 부분이 미묘하게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A씨는 “체크아웃 당시 함께 있었던 목격자 증언을 제공할 수 있다. 숙소가 깨끗하고 손상되지 않았으며 정돈이 잘 되어있다는 것을 증언해줄 것”이라면서 “또한 호스트에게 제공한 나무 탁자의 이미지에서 시각적 불일치가 발견됐다. 명백한 조작의 흔적”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에어비앤비는 A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500파운드를 A씨에게 입금했다. A씨가 '에어비앤비를 다시는 이용하지 않겠다'고 하자 예약금 854파운드를 환불하겠다고 제안했으나 A씨는 이를 거부했고 결국 예약금 전액을 환불해줬다.
A씨는 “내가 걱정하는 것은 비슷한 사기 청구의 희생자가 되었을 때, 법적 분쟁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잠재 고객들”이라며 “AI가 이미지를 쉽게 생성할 수 있겠지만, 이번 사례로 에어비앤비가 조사를 거쳐 승인하게 됐으니 비슷한 증거 조작이 쉽지 않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이 보도되자 에어비앤비는 A씨에게 사과하는 한편 이번 사례에 대한 내부 검토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어비앤비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손해배상 청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전문가 팀이 모든 이용 가능한 증거를 검토하여 양측에 상응한 결과를 도출하고, 공정한 접근 방식을 보장하기 위해 결정에 대한 항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번 사례의 임대인은 에어비앤비에서 10년 이상 플랫폼에 등록돼 있었으며, 높은 평점을 받은 '슈퍼 호스트'로 알려졌다. 에어비앤비는 유사한 신고가 접수될 경우 해당 호스트 계정을 플랫폼에서 삭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