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이 프로그램에 출연시킨 이 형편없는 얼간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트럼프 발광 증후군(TDS)을 앓고 있는 개자식이며, TDS가 그의 콩알만한 뇌를 썩게 하고 있다."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의 측근 참모인 스티븐 청(43) 백악관 공보국장이 한 진보 매체 기자를 비난하며 엑스 계정에 올린 글이다. 개인 계정도 아닌, 공보국장 공식 계정에 올린 글답지 않게 저속한 표현이 가득했다.
"제인, 정중히 말하겠는데, 이 비극을 정치화하려는 시도하지 말고 입 좀 닥쳐(shut the f**k up)."
지난달엔 진보 매체 기자의 소셜미디어 글에 욕설을 섞어 댓글을 닳았다. 워싱턴DC에 파견된 주방위군이 테러 공격으로 숨진 사건에 대해 기자가 '트럼프의 불필요한 주방위군 파견 때문에 비극이 일어났다'고 쓴 걸 맹비난했다.

트럼프가 하고자 하는 말을 전략적 메시지로 변환해 대중에게 전파하는 게 청의 주된 역할이다. 청은 트럼프 의중을 잘 파악하고, 트럼프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트럼프화한 표현을 써서 널리 띄워 보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인다.
언론은 그를 '트럼프의 목소리'(디 애틀랜틱), '트럼프의 기만적인 미디어의 얼굴'(뉴요커)로 부른다. 입이 걸기로 유명하고, 싸움 거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통령 당선 후 청을 백악관 공보국장에 임명하면서 "2016년 첫 대선 캠페인 이래 줄곧 신뢰할 수 있는 참모"라고 소개했다. 트럼프의 전투적 어조를 확대 재생산하고, 정적을 비난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행보로 트럼프의 신뢰를 얻었다.
트럼프 참모 가운데 유색 인종은 많지 않다. 핵심 측근은 대부분 백인이다. 게다가 청은 몸집이 크고 헤어스타일이 남달라 유독 눈에 띈다.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서 낙선하고 재판을 받던 야인 시절, 청은 재판 때마다 트럼프를 호위하며 대변했다.
청의 독특한 외모와 '호위 무사' 이미지가 더해져 영화 007시리즈 '골드핑거'(1964년)편에 나온 동양인 악당 '오드잡' 같다는 얘기가 나왔다. 제임스 본드를 괴롭히는 악당의 오른팔인 '오드잡'은 둥그스름한 몸매에 대머리를 한 한국인으로 나왔는데, 1960년대였기에 가능한 인종에 관한 스테레오타입을 보여줬다.

야권에서는 '악당' 트럼프와 '심복' 청을 한 묶음으로 희화화했는데, 청은 위축되기는커녕 웃음으로 끌어올렸다. 지난 3월 '오드잡'처럼 중절모를 쓰고 백악관에 출근해 사진을 찍어 캐럴라인 레빗 대변인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