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소설을 살 수 있는 서점부터 넷플릭스의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요리사의 매장까지 오픈런은 다양한 분야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요즘은 ‘비급여 진료 전문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식욕억제제와 같은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기 위한 오픈런이 연출되기도 한다.
김윤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환자 A는 1개 의료기관에서 24번에 걸쳐 식욕억제제 6037개를 처방받았고, 환자 B는 8개 의료기관에서 54번에 걸쳐 식욕억제제 5346개를 처방받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식욕억제제를 가장 많이 처방한 의사는 비만 치료와 상관없는 치과의사였고, 그가 환자 1명에게 처방한 식욕억제제는 무려 1920개였다.
이러한 의료용 마약류 오남용 문제는 환자의 의료 쇼핑 탓도 있겠지만, 무분별하게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하고 있는 일부 의료기관의 책임도 크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마약류 오남용 문제를 관리하는 컨트롤타워인 식약처는 의료용 마약류 수사 권한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의료기관의 마약류 불법·과다처방을 인지하더라도 경찰에게 수사 의뢰를 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경찰은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업무량이 증가함에 따라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으며, 의사의 마약류 처방 행위가 오남용에 해당하는지 증명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학적 타당성, 진료·처방의 적정성 등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관련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기관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참고로 식약처는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도입된 1970년 이후 약사법, 의료기기법 등 13개 법률에 대한 수사권을 부여받아 매년 300건 이상의 수사 성과를 거뒀으며, 특히 올해는 중앙행정기관 최초로 대검찰청으로부터 특사경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특사경 수사 권한 확대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국회에서 논의되었다. 2013년부터 관련 법안을 여러 차례 발의했지만 안타깝게도 모두 폐기되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22대 국회에서 여야가 특사경에게 의료용 마약류에 대한 수사권을 부여해 사후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하고 박균택·김주영 의원(민주당)과 장동혁 의원(국민의힘)이 3건의 법안을 발의했다는 점이다.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을 방지하고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이번 국회에서는 식약처와 지자체 특사경에게 의료용 마약류에 수사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들이 여야 공감대 속에 빠르게 통과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성무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