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장애인 거주시설 매년 실태조사 후 공개 추진

2025-06-16

장애인복지법 일부 개정안 발의

정부 실태조사 제도적 근거 마련

그동안 민간 위탁 실효성 떨어져

종사자 인권 향상 위한 조사도

법적 근거가 없는 장애인 거주시설 실태조사와 관련해 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공개를 원칙으로 하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다. 거주시설에 머무는 장애인의 인권 향상을 위한 정부 실태조사의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종사자의 인권을 위한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은 최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장애인거주시설 실태조사를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하게 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민주당 김윤, 이수진 의원을 포함해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까지 19명의 의원이 공동발의했다.

현행법에 따라 정부는 3년마다 장애인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전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장애인 거주시설의 현황을 면밀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복지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민간 위탁으로 거주시설 실태조사를 해왔으나 비공개를 원칙으로 했다. 이로 인해 장애인 거주시설 관련 정책 수립의 신뢰성과 투명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

개정안은 복지부가 장애인 거주시설 실태조사를 매년 시행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서 의원은 “거주시설만을 대상으로 정부의 실태조사를 공식화하는 것”이라면서 “현재 민간이 수행하는 거주시설 실태조사는 형식적인 차원에 머물고 있고, 비공개라 실효성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실제 복지부 위탁으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실시한 ‘2024년 장애인 거주시설 실태조사’에서도 이런 문제가 지적됐다. 조사단은 “그간 거주시설 실태조사 결과 및 보고서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운영됐다. 결과 및 제언 등에 대해 공개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해당 거주시설 및 면담원 등은 조사가 어떻게 되는지, 조사를 통해 무엇이 바뀌는지 등에 대해 알 수가 없다”며 “이런 현상이 지속할 경우 조사 참여에 동기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사단은 이어 “실제로 현장에서는 거주인과 직원 모두 ‘조사하면 무엇이 달라지냐’는 냉소적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며 “조사 결과는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말 울산의 최대 규모 거주시설인 태연재활원에서 인권 침해 문제가 불거지자 전국 50인 이상 거주시설 109개소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섰다. 지자체,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함께 정부가 처음으로 직접 실태조사를 실시 중이다. 이번 실태조사에는 학대 예방 등 대책 마련과 함께 생활지도원 등 시설 종사자의 인권 문제와 고충도 함께 담길 예정이다. 지난해 수백쪽 분량의 실태조사에서는 종사자의 인권에 관한 물음은 부재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그동안 거주시설 실태조사를 위한 법적 근거가 없었던 건 사실”이라면서 “조사 방식과 근거 마련 등 고민하던 중에 지난해 말 울산의 거주시설에서 학대 문제가 일어나 정부 차원에서 지자체,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함께 처음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중이다. 종사자의 인권과 고충도 조사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한편 복지부는 고령·중증 장애인에 24시간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집중형’ 장애인거주시설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이날 밝혔다. 선정된 곳은 정부가 간호사 및 돌봄 인력 추가 배치를 위한 인건비, 시설 리모델링 및 의료 장비 등을 지원한다. 현재 거주시설의 인력 기준은 촉탁 의사가 1명이 시설을 오가고,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가 1명 이상만 배치된다. 의료집중형 거주시설로 꼽힐 경우 기존 인력 기준에 더해 10명이 추가 배치될 전망이다. 시범사업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시도 광역자치단체는 관내 장애인 거주시설 중 시범사업에 참여할 시설을 선정한 후 신청서와 사업계획서 등을 작성해 다음 달 11일까지 복지부에 신청하면 된다.

손호준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은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중증 장애인에게 전문적인 간호 및 돌봄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자 건강관리 강화 및 의료서비스 사각지대 해소를 기대한다”며 “시범사업의 성공적인 안착과 조기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거주시설의 소규모화∙전문화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전했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