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보호 명분 아래 소수주주 차별은 안돼"[시그널人]

2025-12-17

코스닥 상장사인 오스코텍의 소수주주들은 최근 대주주를 상대로 이례적인 승소를 이끌어냈다. 대주주 경영권 보호를 위해 발행주식 총수의 80% 이상 찬성해야 이사를 선임하거나 해임할 수 있게 한 ‘초다수결의제’ 정관은 무효라는 법원의 1심 판결이 나온 것이다.

이들을 도운 법무법인 원의 이광수·박준우·이다예 변호사는 1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영권 보호라는 명분으로 소수주주를 차별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어긴 것이라는 논리가 통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기업의 정관은 사적자치라는 명분으로 대주주 손을 들어준 법원 판례와 달랐기 때문에 투자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박 변호사는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13.8%인 282개 기업이 초다수결의제를 채택했는데 이번 판결이 나오면서 여파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스코텍은 2007년 정관을 개정해 초다수결의제를 도입했다. 정관은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인한 이사의 선임이나 해임 △주주 제안에 따른 이사의 선임이나 해임은 모두 발행주식 총수의 80% 찬성을 얻도록 했다. 반면 소수주주와 달리 대주주 측인 이사회가 제안하면 발행주식 총수의 25% 이상과 출석 주주의 의결권 50% 이상 찬성, 혹은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과 출석 주주의 의결권 3분의 2 이상 찬성하면 가결되게 했다.

박 변호사는 “적대적 M&A 외에 일반적인 경우의 이사 선임·해임도 소수주주에게만 초다수결의제를 적용한 점을 지적했다”면서 “일반적으로 초다수결의제가 채택하는 찬성률 기준 75%보다 높은 80%를 적용한 것도 과도하다고 주장했는데 받아들여졌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16일 항소장을 제출했지만 소수주주와 대리인은 오히려 3심까지 가서 보다 명확한 판례를 남기겠다는 의지다.

오스코텍은 신약 개발을 주력으로 하는 상장사로 투자 유치 과정에서 지분율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 같은 정관을 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오스코텍 같은 바이오 기업이나 반도체 등 장기간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기업들은 소수주주나 행동주의펀드의 과도한 주주권 행사가 기업 성장에 해가 된다고 반박한다.

이에 대해 이광수 변호사는 “소수주주나 행동주의펀드는 경영권 확보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적대적 M&A와 구분할 수 있다”면서 “기업 성장을 위해 제대로 투자한다면 주주들도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수주주의 권익을 강조하는 이들이지만 이번 상법 개정에 허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다예 변호사는 “상법 개정안은 매년 자사주 처분 계획을 주주총회에서 승인받도록 했는데 기존 상법은 경영의 유연성을 위해 자사주 처분을 이사회 결의만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서 신중하게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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