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이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재시동을 걸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8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 공정화 법안(온플법)과 음식 배달 플랫폼 서비스 이용료 법안(음플법)의 단일안을 마련한 뒤 이튿날 이정문·김남근 의원 명의로 각각 대표 발의했다. 11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의원이 발의한 온플법은 현재 국회에 계류된 16건의 온플법을 망라한 것으로, 지난 6월 법무법인에 용역을 맡긴 법안 검토 보고서를 토대로 설계됐다. 지배적 플랫폼 기업을 사전 지정해 일정한 규제를 부과하는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 법안과는 별개다.

당초 민주당은 온플법 초안을 마련한 뒤 정기국회 중점 법안으로 지정하는 등 추진 속도를 끌어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한·미 관세 협상 기간 미국 측이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안 추진을 비관세 장벽 중 하나로 문제 삼으며 주춤했다. 그러다 지난 10월 협상 타결 후 논의가 재점화했고, 후속 협상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정부 우려에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 주도의 입법 추진이 어려워지자 직접 단일안을 만든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정무위원장이 온플법·음플법 처리에 미온적일 경우 신속처리대상(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온플법 단일안은 중개·광고·결제 등 서비스에 따른 연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이거나, 입점업체의 연 판매액이 1000억원 이상인 플랫폼 기업을 적용 대상으로 규정했다. 쿠팡·네이버·배달의민족 등 주요 기업이 포함된다. 이 중 쿠팡은 미국이 한국의 온플법 제정 논의에 우려를 표명할 때마다 관련 미국 기업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국내 거래만 대상인데 쿠팡이 지나치게 미 측에 로비를 하고 있다”며 “이러한 입법 무산 시도를 좌시할 수는 없다”고 했다.

단일안은 입점업체와 중개 거래 계약 때 ▶수수료율과 부과 기준 ▶거래되는 재화·용역이 노출되는 순서와 형태에 관한 기준 ▶판매대금 정산 방식과 지급 절차·시기 등 여덟 가지 사항을 명시하도록 의무화하고, 광고·판촉 행사의 경우 중개 거래와는 별도의 약정을 체결하도록 했다.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판매대금 정산 기한도 청약 철회 기간 만료일 기준 20일로 못박는 한편, 판매대금의 50% 이상을 금융사에 예치하거나 지급보증보험에 가입하도록 했다. 위법 행위에 부과하는 과징금은 대폭 상향했다. 기존 발의안은 매출액의 2배 이내였지만, 단일안은 매출액의 최대 10%로 규정했다.
단일안은 또 입점업체들이 모여 단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맹사업법 개정안과 달리 사업자단체 등록제나 단체협상권은 담지 않았다. 기존 발의안의 핵심 중 하나였던 수수료 상한제도 뺐다. 민주당 정무위 관계자는 “야당과 합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음플법은 자영업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던 배달앱 중개 수수료 등 서비스 이용료를 규제하는 온플법의 자매 법안이다. 연 매출액 100억원 또는 입점업체의 연 판매액 1000억원을 상회하는 배달 플랫폼을 겨냥한 것으로 배민·쿠팡이츠·요기요 등 3대 배달앱이 대상이다. 중개 수수료 외에도 광고비와 고객관리 비용도 서비스 이용료에 포함됐다.

정부의 시장 가격 개입 논란을 낳은 수수료 상한제의 경우 영세·소규모 입점업체에 대한 우대 수수료율 적용 방식으로 우회했다. 다만, ▶이에 따른 부담을 배달 종사자에 전가하거나 ▶‘무료배달’을 내걸고 배달비 분담을 입점업체에 강요하거나 ▶플랫폼 자체 배달 시스템 사용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도 담겼다. 과징금도 기존 유사 법안(3% 이내)보다 3배 이상(10% 이내) 높였다. 김윤정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수료 등의 정상 가격을 산출하기 어려운 현실과 미국에서 수수료 상한제에 대해 위헌 판결이 나오고 있는 점을 고려해 나름의 타협책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선 우려를 나타냈다.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소상공인 100만 폐업 시대에 대한 대책은 필요하지만,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 개입 방식은 경쟁을 통한 혁신을 저해하고 관련 산업을 축소시켜 결국 소상공인의 피해로 이어지는 역효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고와 판촉행위에 대해 서면 약정을 교부하도록 한 건 시장을 전혀 모르는 전근대적인 접근”이라며 “매출의 10%란 과징금도 정부 마음대로 한 기업을 없애버리겠다는 발상”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