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리더스포럼]장혁재 연세대 교수 “병원 찾지 않는 사람 향한 ICT 기술이 패러다임 변화 주도”

2025-10-21

“기존 의료서비스가 병원을 찾는 사람만 대상으로 제공했다면, 앞으로는 병원에 오지 않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합니다. 이런 패러다임 변화에 정보통신기술(ICT)이 기여할 것입니다.”

장혁재 연세대 의대 심장내과 교수는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IT리더스포럼 10월 정기조찬회'에서 '의료기관의 경계를 넘어 사람을 향하는 ICT건강-의료서비스'를 주제로 발표했다.

장 교수는 만성적인 고령화와 포화에 다다른 의료비용 등 의료현장 현실을 극복할 수단으로써 정보기술(IT)의 역할을 제시했다. 최근 디지털 기술로 의료서비스의 시간과 거리 장벽을 극복하려는 시도가 펼쳐졌지만, 장 교수는 여전히 오프라인 진료가 중요하다고 봤다. 세대를 막론하고 대면 진료에 대한 신뢰도와 순응도가 높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국내외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대다수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아픈 상태에서는 지갑을 열지만 건강한 상태에선 굳이 필요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디지털 기술로 건강을 계몽한다는 고정관념 역시 깨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유연의료라는 개념을 고안했다. 간호 인력이 소외지역 어르신을 찾아가는 것만으로도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가능하도록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것이다. 5세대(5G) 통신기술로 의료기관에 정보를 보내고, 클라우드 기반 병원정보시스템(HIS)에 연동된다면 어르신이 종합병원을 찾은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 기반 질병 미래 위험도 예측, 초보자를 위한 초소형 초음파 가이드 기기 등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파생된다.

국책과제로 수행한 '5G-엣지컴퓨팅 기반 이동형 유연의료 소프트웨어(SW) 플랫폼' 사업에는 총 19개 기관·기업이 참여했다. 진단·검진 기능을 갖춘 버스가 부산 시내 요양원을 돌며 건강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장 교수는 “요양 시설마다 의료진을 배치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유연의료 기술로 양질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서 “이동형 버스는 해외에 한국의 우수한 ICT 의료서비스를 홍보할 수단으로도 기능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기술로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도 진행 중이다. 장 교수는 응급구조사에 부착된 마이크를 이용해 환자 상태를 문서로 정리해 응급상황을 알리고,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의료기관을 추천하는 '지능형 응급의료시스템' 사업에도 참여했다. 기존에는 응급환자가 어떤 상태인지 몰라 재전원을 반복했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다만 고질적인 부처 칸막이 해소는 ICT 의료서비스 활성화 숙제로 남는다. 장 교수는 “응급실 문제 해소를 위해 각 정부 부처에서 펼친 연구개발(R&D) 사업만 10개가 넘는다”면서 “부처 간 정보연계 없이 소관 영역만 개선하려고 해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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