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되는 바쁨 만들어야" 뇌과학자 김대식의 AI시대 생존법 [폴인]

2025-10-21

생성형 AI가 직장인의 '일'을 바꾼 지 3년이 흘렀습니다. 이제 막 AI를 쓰는 데 익숙해진 것 같지만, 앞으로 닥칠 변화를 예상조차 하기 어려워요. '계속 이렇게 일해도 되는 걸까?' 답 없는 질문이 떠오를 때도 많고요.

AI의 의미와 변화에 관해 15인의 리더와 대화를 나눈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를 '폴인'이 만났습니다. 지금 일하는 사람들이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물었어요. "내 직업을 지킬 방법이 아니라, 직업이 사라진 이후에도 삶을 채울 것을 고민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죠.

현실로 다가오는 AGI 시대에서는 '노동'이 사라집니다. 돈 벌 방법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커리어가 사라지는 게 더 큰 문제라고요. 향후 10년간 '일하는 우리'가 경험할 AI 분기점, 그리고 지금 던져야 할 질문은 무엇일까요?

Part1. 커리어 없는 시대 다가온다: 2번의 분기점 앞둔 지금 "고독한 바쁨 준비해야"

송길영, 장강명, 유현준, 최재천 등 15인의 리더를 만나야겠다 생각한 이유가 뭘까요?

지금이 골든타임이니까요. AI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려면 5년 안에 승부를 봐야 해요. 2030년까지, 우리가 선택하는 것에 따라서 우리의 삶도, 인류가 가는 방향도 완전히 달라질 겁니다. 살아남으려면 일과 커리어, 노동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해요. 그래서 15명의 리더에게 물은 겁니다. "인간이 아닌, 기계가 주인공인 시대에서 우리는 뭘 하며 살아야 하냐"고요.

어떻게 바꿔야 하나요?

모든 인간은 일을 해야 하죠. 다만 그 일이 꼭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인간은 문제를 풀고,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고 싶어서 일해요. 일을 통해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근데 문제는 이겁니다.

노동이 사라지고 있어요.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제프리 힌튼이 제시한 AI의 미래는 3단계입니다. ① 참과 거짓이 사라지는 세상 ② 노동이 사라지는 세상 ③ 인간이 사라지는 세상.

이미 우리는 1단계를 경험하고 있죠. 가짜를 진짜라고 믿는 게 아니라, 진짜를 가짜라고 믿으면서요. 곧 2단계도 도래할 거예요. AI가 이미 몇몇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으니까요. 판교의 많은 IT, 게임업계에서 개발자를 비롯한 신규 채용이 감소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죠.

그런데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범용 인공지능)가 나오면 더 심각해질 겁니다. 모든 지능을 자동화할 수 있는 데다가 로봇을 더한다면? 물리적 노동까지 대체될 수 있으니까요. 인간 노동의 가치가 0이 되는 겁니다. 일을 안 하는 시대가 다가온다는 거예요. 어떨 것 같나요?

처음에는 좋을 것 같기도 한데…(웃음). 시간이 흐르면 지루할 것 같아요.

일상이 너무 바쁘니까 '아무 일정도 없으면 좋겠다' 생각할 수 있는데요. 아니에요. 일주일만 해보세요. 얼마나 괴로운가(웃음).

커리어는 먹고 살기 위해 필요한 게 아닙니다. 보상도 받고, 내가 남들보다 뛰어나다는 걸 외부에 증명하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으면서 자존감을 채우기 위해 필요한 거예요. 인간은 목표를 향해서 위로 올라가는 걸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존재니까요.

돈 벌 자리가 사라지는 것보다 커리어의 소멸이 더 큰 문제라는 이야기군요.

그럼요. 저는 친구들 중에 대기업 임원 출신이 많아요. 강남에 아파트도 있고, 냉장고만 열면 먹을 게 널려 있죠. 근데도 고민이 끊이질 않아요. 하루 종일 할 일이 없대요. 그동안 인생을 직장에, 조직에 걸었는데 나중 돼서 즐거운 걸 찾으려니까 너무 늦은 거예요.

우리가 지금 채워야 할 건 '고독한 바쁨'이에요.

돈 안 되는 바쁨.

자신이 지금까지 해온 것들을 바탕으로 책을 쓰거나, 강연을 하거나, 커뮤니티를 찾는 식으로요. 예술가들은 평생 그걸 해온 거잖아요. 지금까지는 그것 가지고는 먹고 살기 어려웠는데요. 5년만 지나도 직장과 조직 바깥에서 '나만의 일'을 만들어온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사는 삶의 질이 다를 겁니다.

취미 생활이랑은 다른 의미인 걸까요?

시대가 달라지니, 의미도 달라지겠죠. 지금은 취미 생활이라 불리지만요. 직장에만 잡아 먹히면 큰일 나요. 직장이 사라지는 순간 블랙홀에 빠질 테니까요.

인공지능이 모든 인간의 일을 대체하고, 사람은 기본 소득을 받으며 사는데,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대상이 없다면 얼마나 삶이 고달플까요. 반면 내가 몰입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으로 다음 커리어를 만들어나갈 수 있겠죠.

AGI가 본격화된 시대에는 기본 소득이 생길 거예요. 누군가 돈도 주고, 출퇴근도 안 해도 되고. 그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행복한 시나리오 아닐까요?

기본 소득을 받으며 인간은 노동하지 않는 사회가 너무 멀어보여서 실감이 안 나는 것 같아요(웃음).

가까운 미래예요. 지금도 AI에 익숙하겠지만, 우리가 지금 쓰는 AI와는 완전히 다른 것들이 등장할 겁니다.

크게 정의를 내려보자면 이래요. 우리가 지금까지 쓰고 있던 것은 단순한 인공지능이에요. AI는 말 그대로 인간의 특정 능력 하나를 대체하는 기계예요. 알파고는 바둑을 잘 두고, 챗GPT는 대화를 잘 하죠. 이렇게 한 가지 능력을 대체하면 자동화가 가능하고, 결과적으로는 대량 생산을 할 수 있어요. 이게 우리가 지난 3년간 체감한 변화고요.

앞으로 5년 안에 닥칠 큰 안건은 2가지예요. 하나는 에이전틱 AI, 또 하나는 피지컬 AI.

에이전틱 AI는 뭔가요?

지금까지 우리가 써온 생성형 인공지능은 정보를 만드는 기계예요. 지난 30년간 인간이 인터넷에 쌓아둔 데이터를 모아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죠. 정보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액션을 취할 수는 없습니다.

반면 에이전틱 AI는 실제 액션까지 취할 수 있어요. 기존 AI가 비행기표를 알아보기만 했다면, 에이전틱 AI는 예약까지 해주는 거죠. 2025년, 올해가 에이전틱 AI의 분기점입니다.

물론 생성형 AI도 비즈니스 분야에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요, 실질적으로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어요. 콘텐츠나 소프트웨어 코딩 정도를 제외한다면, 대부분 기업이 '정보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는 건 아니었거든요. 에이전틱 AI가 등장한 이후에는? 기업의 인력이 실질적으로 영향을 받을 거예요.

어떤 분은 그러더라고요. "생성형 인공지능은 에피타이저였고, 에이전틱 AI가 메인 디쉬"라고요. 올해로부터 3년 안에 완성도 높은 에이전틱 AI가 등장할 겁니다. 현재 직장에서 하는 업무 대부분을 자동화할 수 있을 거예요.

그 다음 분기점은 2030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다음이 피지컬 AI인 건가요?

맞아요.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죠.

근데 꼭 로봇이 필요할까요? 지금도 편리한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요(웃음). 에이전틱 AI는 인간이 원하는 걸 다 해줄 수 있습니다. 단, 디지털 세상에서만요. 책상 위에 있는 물병을 갖다주는 건 아무리 좋은 에이전틱 AI도 해줄 수 없잖아요. 그래서 지금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인간의 형태를 갖춘 로봇)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거예요.

사실 인간처럼 생긴 로봇이 엔지니어링 관점에서는 그닥 효율적이지 않아요.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로봇이 인간과 함께 살아야 하니까요. 인간이 1만 2000년 전부터 도시를 만들면서, 인간의 몸 형태에 맞게 세상을 만들었잖아요. 그 환경에 맞춰서 로봇을 만들어야 하죠.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휴머노이드 로봇이 물류센터에서 택배를 분류하고, 자동차 공장에서 부품을 조립하려면 20년은 걸릴 거라고 봤어요. 로봇 만드는 게 그만큼 어렵거든요. 근데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이나 테슬라의 옵티머스처럼, 자동차 회사가 만든 로봇의 성능이 너무 좋아졌어요.

딱 10년 봅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람과 함께 일하는 시대가 오는 데까지요. 지금대로 가면 중국이 시장을 다 먹을 거예요. 성능도 좋고, 저렴하지만 무엇보다 모든 부품을 자급자족할 수 있거든요. 한국 기업들도 긴장해야 할 거라고 봐요.

그리고 2035년, 10년 뒤면 AGI가 현실화될 거예요.

Part2. AGI 시대 10년 안에 도래: "미래의 관점에서 일과 삶 재건해야"

AGI, 말은 많이 들었는데요. 그렇게나 위협적인가요?

인간이 가진 능력에는 2가지 중요한 특성이 있어요. 일단,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죠.

인간은 항상 도구를 만들었어요. 도구는 언제나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었습니다. 자동차는 인간보다 빨라요. 망치는 인간의 주먹보다 강하죠. 그러니까, AI가 인간보다 똑똑하다는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요. 더 중요한 건 도구가 스스로 자신의 능력을 개선할 수 있는지의 여부죠.

아무리 비싼 자동차도 혼자서 더 빨라질 수는 없습니다. 망치가 더 강해지려면 사람의 손이 개입해야 하고요. 근데 AGI는 스스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해요. 최근 핫한 분야가 AI로 코딩하는 건데요. AI 자체도 코드잖아요? AI가 코딩을 할 수 있다는 건, 본인 스스로가 본인의 코드를 개선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제는 망치가 혼자서 강해지는 시대에 살게 된다는 의미예요.

두 번째 특성은 뭔가요?

자율성이요. 인간의 모든 도구는 인간이 제어해 왔어요. 아무리 센 망치도 사람이 잡고 다녔잖아요. 사람만 이상하지 않다면, 망치는 안전합니다. 그런데 AGI가 인간의 모든 능력을 대체한다면, 어떨 것 같나요? (후략)

▶ AGI 등장 순간부터 인간과 인공지능의 격차가 개미와 인간의 격차 정도로 커진다? 김대식 교수가 바라보는 AI 미래 시나리오가 궁금하다면? 일하는 나를 위한 인사이트 '폴인'에서 인터뷰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를 복사해 주소창에 붙여넣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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