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젊은 직장인 절반 가까이가 인공지능(AI)의 도움 없이는 동료와 대화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근무와 AI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직장 내 대면 소통 능력이 급격히 퇴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글로벌 구직 플랫폼 노바(Nova)가 영국·스코틀랜드·웨일스 지역 Z세대(16~28세) 근로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5%가 '직장 내 대화 준비에 AI를 정기적으로 활용한다'고 답했다. 이들은 회의나 네트워킹 행사 참석 전 챗GPT나 구글 제미나이 같은 AI 챗봇으로 대화를 미리 연습하거나 문장을 다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40%는 'AI 덕분에 자신감이 생긴다'고 답한 반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25%에 그쳤다.
성별 차이도 뚜렷했다. 남성이 여성보다 AI를 더 자주 사용했지만 여성의 52%도 이메일이나 업무용 메시지 작성 시 AI의 도움을 받는다고 밝혔다. 재택근무 확산 이후 젊은 직장인의 40%는 '대화 소재가 떨어질 때를 대비한 안전장치'로 AI를 활용하고 있었다. Z세대 근로자의 35% 이상은 회의 참석 전 AI가 준비한 '아이스 브레이킹 농담'을 미리 외우며, 33%는 실제 만남 전 챗봇과 '가상 대화'를 연습한다고 답했다.
AI 의존 이유로는 '사람을 직접 대면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60%로 가장 많았다. 29%는 '현실에서의 가벼운 대화가 불안하다'고 답했으며, 4명 중 1명은 'AI 없이 회의나 대화를 준비할 자신이 없다'고 응답했다.
노바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안드레아 마리노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원격근무, AI 확산이 젊은 세대의 소통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며 "온라인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연결돼 있지만 현실에서는 자신감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끊임없이 연결된 시대일수록 '진짜 대화'가 가장 희귀한 능력이 됐다"며 "이 능력을 갖춘 사람이 결국 AI보다 더 앞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스피치 전문가이자 작가 수지 애시필드는 "소통의 자신감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쌓는 것"이라며 "화면 뒤에 숨을수록 명료하게 말할 능력은 떨어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전화기를 들고, 미팅에 참석하고, 직접 대화를 시작하라"며 "현실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결국 돋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