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짓’과 ‘질’의 구별

2025-06-08

‘물총 들고 은행 강도짓’ ‘물총 들고 은행 강도질’.

누구는 ‘강도짓’이라고 했고, 누구는 ‘강도질’이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강도짓’이 어색하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틀렸다고까지 말한다. 반대로 자연스럽다는 사람도 있다. 국어사전들도 그렇다. 어떤 사전은 ‘강도짓’이 적절한 표현이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강도짓’을 표제어로 올리지 않았다. ‘강도질’만 표제어로 올렸다. 어떤 사전은 ‘강도질’ ‘강도짓’을 둘 다 실었다. ‘강도짓’도 꽤 쓰이는 현실을 반영했다.

‘짓’이 붙은 말들은 대개 동작이 한 번이어도 된다. 반드시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손짓’은 한 번만 움직여도 된다. 동작을 여러 번 해야 완료되는 게 아니다. 눈짓, 날갯짓, 몸짓, 어깻짓 같은 동작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손을 대서 잘 매만지는 일”인 ‘손질’은 반복적이다. 어느 정도 반복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손질’이 된다.

‘바느질’ ‘다림질’ ‘부채질’ ‘양치질’ ‘되새김질’ ‘뜀박질’ 같은 말들에도 반복성이 있다. ‘싸움질’이나 ‘자랑질’ 같은 말들도 일회적인 동작으로 이뤄지진 않는다. 반복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이런 흐름에서 ‘도둑질’도 ‘도둑짓’이라고 하지 않는다. ‘강도짓’보다 ‘강도질’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유가 되겠다.

그런데 딴짓, 망나니짓, 여우짓, 허튼짓 같은 말들도 보인다. 일회적인 동작이 아닌 말들이다.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반드시는 아니다. 그래도 일회적이냐, 반복적이냐로 ‘짓’과 ‘질’을 어느 정도는 구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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