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시래기’ 아닌 ‘에이스’…정재원 “세번째 올림픽선 銀말고 金, 아내한테 선물할래요”

2025-12-05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빙속)이 열린 강릉아이스아레나. 17세 고교생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는 ‘장거리 전설’ 이승훈(37), 두 살 많은 김민석(26)과 호흡을 맞춰 팀추월 종목에서 당당히 은메달을 따냈다.

경기 후 그는 소년 같은 이미지 덕에 ‘뽀시래기’라는 별명을 얻으며 스타덤에 올랐다. 소년은 성장을 거듭했다. 4년 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매스스타트 은메달을 목에 걸며 두 대회 연속 메달이라는 영광을 누렸다. 한국 빙속의 ‘장거리 에이스’ 정재원(24·의정부시청)이다.

최근 서울 노원구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만난 정재원은 “처음 출전했던 올림픽 무대에서는 그저 천진난만하기만 했다면 지금은 많은 노하우가 쌓인 상태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에서 반드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대회 전까지 빈틈없이 준비하겠다”고 했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밀라노 대회는 정재원의 인생 세 번째 올림픽이다. 두 번의 올림픽에서 이미 2개의 은메달을 딴 그는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초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팀추월에서 이승훈과 은메달을 합작했고 지난달 캐나다 캘거리 월드컵 2차 대회에서 매스스타트 2위를 했다. 매스스타트는 쇼트트랙처럼 여러 명이 동시에 달리는 ‘집단 출발’ 경기고 팀추월은 3명이 한 조로 달리며 상대팀 맨 뒤 선수를 추월하면 이기는 ‘꼬리잡기’다. 정재원은 밀라노 올림픽 매스스타트에 출전할 예정이다.

자신감은 넘친다. “가장 좋았을 때 몸 상태의 80%까지는 올라온 것 같다”는 정재원은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매번 체력 문제가 빚어졌는데 이번에는 다르다. 비시즌 기간 트랙 훈련 시간을 늘리는 등 훈련량을 전보다 많이 올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매스스타트는 400m 트랙을 16바퀴(총 6400m) 도는 종목이다. 4·8·12바퀴째에 1~3위에게 5·3·1점을 주고 최종 1~3위에 60·40·20점을 부여하기 때문에 엄청난 체력과 영리한 체력 안배를 요한다.

정재원은 세 번째 올림픽에 명실상부한 ‘한국 장거리 간판’ 타이틀을 달고 나간다. 대표선발전에서 이승훈이 탈락하면서 에이스 중책을 맡게 됐다. 정재원은 “올림픽은 워낙 큰 대회기 때문에 부담이 안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동안 형들에게 배운 것도 있고 대회를 많이 경험하면서 부담을 덜어내는 법을 깨우쳤기에 크게 문제될 것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의 각오가 남다른 것은 지난해 3월 결혼한 아내 때문이기도 하다. 정재원은 “그동안 각종 훈련과 대회 참가 등으로 집을 비우는 날이 많아 남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다른 것보다 올림픽 메달을 따내 고생한 아내에게 보답을 제대로 해주고 싶다”고 했다.

‘금빛 질주’의 최대 경쟁자는 개최국 이탈리아의 안드레아 조반니니다. 올해 3월 노르웨이 세계종목별스피드선수권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우승한 이 종목 최강자다. 월드컵 2차 대회에서도 정재원을 제치고 우승했다. 홈 이점을 안고 나설 조반니니를 넘어서야 정재원의 ‘밀라노 금메달 신화’가 완성될 것이다.

정재원은 조반니니에 대해 “최근 경기력도 좋고 워낙 잘하는 선수”라면서도 “(나도) 체력적으로 많이 올라온 상태고 경기 중 발생할 수 있는 변수들도 분석하고 있기에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올림픽 개막 전까지 국제 대회 출전과 국내 훈련을 병행할 정재원은 “기대에 실망으로 답하지 않을 것이다. 올림픽 무대에서의 정재원을 꼭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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