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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물에 있어 적어도 2020년대 이후에는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유행을 이끄는 나라가 된 것 같다. 한때 ‘뉴욕은 재난의 성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재난영화의 배경이 됐다면, 대한민국은 시도 때도 없이 좀비 떼가 출몰하는 곳이 됐다.
‘킹덤’의 조선시대, ‘지금 우리 학교는’의 학교, ‘부산행’의 열차, 하다못해 예능에서도 좀비연기에 정통한 연기자들이 쏟아져 나온다. 지난 7일 첫 공개된 쿠팡플레이 ‘뉴토피아’ 역시도 좀비물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강남의 한복판에 비행기가 불시착하고 좀비 떼가 쏟아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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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온 좀비물과 ‘뉴토피아’가 다른 점이라면 코믹적인 요소를 많이 담았다는 점이다. 그동안의 좀비물은 거의 좀비 떼의 공포와 이들에게 해를 당할 수 있다는 긴장감 그리고 가까운 사람이 좀비로 변하거나 변하고 나서 마주하는 상황에 나오는 아이러니한 슬픔을 담았다. 하지만 ‘뉴토피아’는 이 신파를 거의 걷어내고 산뜻한 청춘코믹물로 탄생했다.
하지만 산뜻한 청춘 코믹물이라고 해서 좀비물 특유의 분위기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니, 오히려 이 드라마의 지배적인 정서는 ‘고어물’ 즉 신체가 절단되고 뚫리고 떨어지는 공포물 장르의 진수다. 그 어떤 좀비물보다 센 수위를 보여준다. 눈알 하나 빠지는 것쯤은 예사. 좀비의 신체가 절단되거나, 불이 붙고, 으깨지는 정도는 보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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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아무래도 ‘파수꾼’과 ‘사냥의 시간’ 등을 통해 날 것 그대로의 정서에 능통했던 윤성현 감독의 연출 탓이 크다. 그는 좀비물과 코믹물을 자연스럽게 뒤섞기보다는 마치 떨어져 있는 재윤(박정민)과 영주(지수) 커플처럼 각각 분리해놓는 전략을 택했다. 따라서 무서움이 코믹으로 중화되거나, 코믹이 무서움으로 덮이는 식이 아니다. 무서울 때와 웃길 때가 따로 존재한다.
서울의 고층건물이라면 어디에나 있는 방공포대에서 군 복무 중인 재윤은 직장인인 여자친구 영주와 ‘고무신 연애’를 이어가지만 어느 날 이별 통보를 받는다. 그 순간 세상이 좀비 떼로 뒤덮인다. 높은 건물에서 아래로 내려와야 하는 재윤과 넓은 강남에서 재윤의 건물로 찾아와야 하는 영주의 동선이 세로와 가로로 얽힌다. 거기에 수많은 군상들이 섞이면서 혼란스러운 좀비코믹물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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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고어물이 익숙지 않은 시청자라면 접근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사지가 절단하고 피가 난무하는 상황이 그 어떤 장면보다 강하게 박힌다. 이를 통과하면 독특한 인물들의 서사를 따라가는 미션이 온다. 오히려 주인공들이 가장 평범한 이 드라마는 이러한 주변 인물들의 독특한 캐릭터성을 받아들여야 재미를 온전히 취할 수 있다.
결국 ‘마이너’하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이는 독특하고 신선하다는 표현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대중적으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표현이 될 수도 있다. ‘뉴토피아’는 독특한 좀비물을 만들었지만, 인기있는 좀비물이 되기는 또 쉽지 않을 것 같다. 이것이 새로운 작품의 운명이자 한계일지 모른다.
‘뉴토피아’는 새로운 만큼, 딱 그만큼 대중의 기호와 거리를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