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음모론에 빠질까

2025-02-20

음모론에 대해 내가 깨달은 가장 중요한 사실은, 실제로 마음이 한결 더 편해진다는 이유로 음모론자들이 그 음모를 믿는다는 점이다. 이 세상에 진실이 있다면 그건 세상이 혼란스럽다는 사실이다. 세상을 통제하는 것은 유대인 은행가도 아니고 회색 회계인이나 다른 차원에서 온 12피트 크기의 파충류도 아니다. 이 세상의 진실은 그보다 훨씬 더 무서운데, 그 누구도 통제하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세상에는 통제자가 없다.

-다큐멘터리 ‘앨런 무어의 정신세계’ 중.

멀쩡한 사람들이 왜 음모론에 빠져드는지를 분석한 책 『미스빌리프』에 소개된 말이다. 저자 댄 애리얼리는 행동경제학자. 음모론의 역사는 오래다. 심지어 음모론이란 용어의 유래에 대한 음모론도 있다. 존 F 케네디 암살에 대한 공식적인 해명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신용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만들어낸 말이라는 것이다.

음모론은 ‘잘못된 믿음(misbelief)’이라는 왜곡된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극우의 ‘부정선거 음모론’의 뿌리가 김어준 다큐 ‘더 플랜’이었던 것처럼, “잘못된 믿음은 좌파와 우파를 따지는 진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적인 특성 차원의 문제”다. 복잡하고 불안한 상황에서 모든 것의 원흉인 악당이 등장하는 순간, 사건의 전모를 파악했다며 안도하고 통제감을 되찾게 되는 인지적 한계가 음모론에 끌리는 배경이다. 단 음모론에 쉽게 빠지는 사람은 있다. 패턴을 열심히 찾는 사람, 직관에 의존하는 사람, 지적 겸손 수준이 낮은 사람, 나르시시스트일수록 음모론에 쉽게 빠진다.

음모론이 횡행할수록 사회적 신뢰는 사라지고, 사회적 신뢰와 자원이 없는 사람이 음모론에 취약하다. 음모론이 판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음모론에 빠진 사람들을 조롱하거나 무시하기보다 이해하고 공감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