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달라지는 대중의 온도 차

2025-02-20

“살아 있을 때는 음주 운전자에 거짓말쟁이에 술 파티하고 미성년에 담배 피우는 문제아라더니 죽고 나니 학폭 피해자에 소녀 가장이래, 미치겠네….”

한 포털사이트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고(故) 김새론 관련 기사 아래 달린 댓글이다. 고 배우 김새론이 지난 16일 25살의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준 가운데, 그를 절망의 끝으로 몰아넣은 이들에 대한 책임론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살아 있을 때와 죽었을 때, 같은 이를 대하는 온도 차가 너무나도 커 눈을 의심케 한다. 고인의 사망일부터 발인식이 이뤄진 19일까지 포털 사이트에는 그와 관련해 “김새론이 ‘아저씨’ 출연으로 인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등 학폭 피해자였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소녀 가장이었다” “사망 전 유기견 봉사활동을 했다”라는 등의 미담 기사가 쏟아졌다. 댓글 역시 그의 연기력을 칭찬하고, 짧은 생을 안타까워하는 추모글로 가득 찼다.

앞서 고인의 SNS 게시글 관련이나 복귀 움직임에 “아직도 반성 없는 행보” “남자 집에서 술 먹으며…자숙한다던 ‘김새론’ 충격적 이중적인 모습” “또 셀프 빛삭…결혼설 후 잠적?” 과 같은 제목의 기사와 영상이 대부분이었던 것과 180도 다른 모습이다. 그의 몸이 싸늘히 식어갈수록 그를 향한 마음이 관대해지고 따뜻해진다니, 이보다 더 아이러니한 일이 또 있을까.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살아생전 김새론을 맹렬히 비난하던 한 악플러가 사망 후 그의 명복을 비는 댓글을 단 사실이 알려지며 큰 충격을 안겼다. 해당 누리꾼은 1년 전 고인을 향해 “알콜 중독자, 병원에서 치료받고 나오지 말라, 얼굴이 밉상이다” 등의 댓글을 달았지만, 고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에궁 참 이쁜 아이였는데…얼마나 힘들었을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댓글을 달아 모두를 뜨악하게 만들었다.

고 김새론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죽어야만 이 끝없는 비난이 멈추리라는 것을. 이 같은 대중의 극과 극 온도 차는 구석에 몰린 이들에게 해결책이 ‘죽음’ 밖에 없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어 더욱 위험하다.

약 한 달 전까지 고인의 사생활 관련 영상을 만들어 올려 논란을 이끈, 기자 출신 유명 유튜버는 고인 사망에 대한 책임의 화살이 자신에게 쏠리자 “그의 복귀를 돕기 위해 관계자와 기획해 만든 영상이었다”라고 해명했고, 또 다른 매체는 유튜버의 해명 영상이 거짓이라고 반박하는 등 후 폭풍도 인 상태다.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뉴스와 악플에 지쳐 세상을 등진 고인이 이 같은 모습을 본다면, 하늘에서도 편치 못할 듯하다.

그의 사망뿐 아니라 지난 2023년 마약 투약 의혹으로 경찰 조사를 받던 고 이선균이 자살한 사건을 비롯해 2019년 세상을 떠난 고 설리와 고 구하라의 사망 역시 악플러와 사이버래커 뿐만 아니라 포털사이트에 종속돼 논란을 끊임없이 받아쓰는 언론에 책임이 있음은 분명하다. 기자가 속한 매체 역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누리꾼 사이에서도 “설리 죽기 전후와 똑같다” “대중이나 언론이나 사회적 살인을 한 것도 모자라 죽은 뒤에도 가십거리로 삼고 있다” “진짜 추모한다면 댓글도, 커뮤니티에 글도 퍼 나르지 말고 조용히 마음으로 추모해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 시급하다”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들끓었다.

그룹 펜타곤 키노는 지난 19일 고 김새론 발인 후 자신의 SNS에 “2년 동안 같은 장례식장에서 사랑하는 친구 둘을 보냈다. 새론이는 빈이가 많이 보고 싶었나 보다”라고 적어 먹먹함을 안겼다. 2023년 4월 키노의 가요계 동료였던 아스트로 문빈도 25살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바 있다. 동료를 연거푸 하늘로 보낸 청년 키노의 일성과 함께 글을 마칠까 한다.

“얼마나 더 많은 별을 떠나보내고 나서야 이 일들을 멈출 수 있을까요?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공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근거 없는 추측과 부풀려진 이야기를, 무차별적인 비난을 감내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이런 일들이 더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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