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살에 떠난 스타 요가강사…“즙짜듯 일해”“억지로 척하는 게 싫다”

2025-02-20

요가로 다져진 건강미…몇년 전부터 정신건강 ‘적신호’

“가족 불화, 사랑의 실패, 사회적 기대감, 외로움” 토로

“쉬고 싶다”“은퇴 고려“ 고백…“물 마시기도 어려워”

유명 요가 강사 고(故) 이유주씨가 생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괴로운 속내를 털어놓은 사실이 알려졌다. 유명세 때문이었을까. ‘쉬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지만 결국 자신을 돌보는 대신 가족 곁을 떠나고 말았다.

이씨는 우울증 등으로 2023년부터 수업을 줄여온 것으로 확인된다. 독창적인 요가 스타일과 준수한 외모로 유명세를 탔지만, 정작 본인은 몇 년 째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2023년 3월 이씨는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고백했다. 유명 요가 강사로서 정신적 어려움을 드러내놓고 호소하기 쉽지 않았을 터. 그는 “제가 사실은 마음이 좀 아프다. 가족 간 불화, 사랑의 실패, 사회적 기대감, 외로움, 마음이 괴로워 몸도 아프고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고 했다.

상황은 심각했다. 그는 “죽지 않으려고 오랜 기간 의료적 도움을 받고 있고, 제 일상은 물 한모금 마시는 것, 밥 한공기 먹는 사소한 것도 꾸역꾸역 버텨내야 하는 힘겨운 날들”이라고 고충을 밝혔다.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정신건강이 곤두박질쳤지만, SNS 속 그의 겉모습은 요가로 다져진 건강미를 내뿜고 있었다. 하지만 속은 문드러져가고 갔다. 지난해 12월 그는 “그냥 좀 쉬고 싶다. 나를 찾아서”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요가 전문가였지만 자신을 돌보지 못했고,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유명인의 고충이 그에게는 치명적인 고통을 초래했다.

당시 이씨는 “체면 구겨질까 봐 다른 사람이 내 가치를 낮잡아 볼까 봐 억지로 척하는 게 싫다”, “아파서 아프다고 말하고 싶은데 걱정도 싫고 동정도 싫다”고 토로했다. 이씨의 죽음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SNS의 폐해가 일조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응원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소용 없었다. 그는 “내가 그 힘을 받아 살아내야 하는데 응원과 격려도 흡수가 안된다”고 호소했다.

이틀 만인 같은 달 13일 이씨는 강사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완전히 탈진한 그는 “은퇴 이후 삶은 일단 모르겠다. 즙을 짜듯이 일하고 있다. 많이 힘들다”며 “아무런 말을 하기도, 듣기도 싫다.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태가 됐음을 여러 차례 알렸다.

그는 “매일 챙겨받는 선물들 보면 내가 힘을 내야 하는데, 감사할 힘도 다 빠져있다. 내가 피해를 일으키기 전 은퇴하고 싶다. 회원님들한테 미안하다. 그나마 컨디션이 따라줄 때 그만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 제 모습이 너무 그립다. 제가 지혜를 가질 수 있도록 연습 시간을 갖고 싶다. 수업을 좀 줄이겠다.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수련하고 성장하겠다. 미안하고 감사하다”고 재차 휴식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다.

하지만 결국 적절한 도움을 받거나 휴식기를 갖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지난 18일 인스타그램에 “안녕”이라는 글을 남긴 채 3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프로필에 ‘1995-2025’라고 자신의 생몰을 표기해 사실상 죽음을 알렸다.

이씨는 2018년 ‘무한도전’에 출연해 얼굴을 알렸고, 삼성, 리봇 등 광고 모델로 인지도를 쌓아왔다. 아쉬탕가 요가, 빈야사 요가 등 교정 운동 분야 전문 자격을 공인받아 다양한 요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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