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가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파트릭 클라위버르트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12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4차예선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이라크에 0-1로 졌다.
4차예선은 3차예선 각 조의 3~4위인 6개국이 2개조로 나뉘어 팀당 2경기를 치르며 순위를 가린다. 각 조의 1위는 본선에 직행하고, 2위끼리는 11월 홈 앤 어웨이로 플레이오프를 치른 뒤 다른 대륙과 마지막 1장을 걸고 싸운다.
지난 9일 사우디아라비아에 2-3으로 패배했던 인도네시아는 2전 전패로 B조 3위로 밀려나 4차예선에서도 탈락이 확정됐다. 인도네시아가 1938년 프랑스 대회에 이어 통산 두 번째 월드컵 본선 진출의 꿈을 잃어버린 순간이다. 당시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령 동인도’라는 이름으로 참가했다.
인도네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렸던 케빈 딕스(묀헨글라트바흐) 등 유럽파들을 중심으로 이라크를 몰아붙였다. 인도네시아는 볼 점유율(55.1%)과 패스 성공률(79%) 모두 상대를 앞서면서 승리를 기대했지만 승부를 가른 것은 골 결정력이었다.
이라크가 자랑하는 에이스인 미드필더 지단 이크발(위크레흐트)이 후반 31분 페널티지역 밖에서 날린 왼발 중거리슛이 인도네시아의 골망을 꿰뚫었다.
인도네시아는 패색이 짙어진 상황에서 중동 특유의 침대 축구에도 휘말렸다. 상대의 거친 반칙을 제지하지 않는 주심에게 거센 항의를 펼치다가 관중석에서 물병을 투척하는 돌방행동까지 일어났다.
결국, 냉정을 잃은 인도네시아는 남은 시간 만회골을 넣지 못하며 패배와 함께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라는 결과도 받아들여야 했다.
인도네시아를 더욱 안타깝게 만든 것은 이날 패배로 적잖은 후폭풍이 예고됐다는 사실이다. 인도네시아는 올해 1월 신태용 전 감독을 돌연 경질한 뒤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의 살아있는 전설이지만 지도자로 별 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던 클라위버르트 감독을 선임한 것이 오히려 악수였다. 클라위버르트 감독 체제에서 인도네시아는 3승1무4패에 그쳤다. 신 감독 시절 24승13무14패를 기록한 것과 비교된다.
인도네시아의 ‘볼라스포츠’는 이라크전이 끝난 직후 인도네시아인들의 SNS에 클라위버르트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신 감독 대신 클라위버르트 감독을 선택한 에릭 토히르 인도네시아 축구협회장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