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후 30년간 의료 서비스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의료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60년 20%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의료 수요가 줄지 않으면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율은 현재의 2배 수준인 14% 가량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다.
21일 대한의학회 발행 국제학술지인 JKMS에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적 필요와 의사 가용성(Physician Availability)에 따른 미래 의료비 예측’(주혜진 외) 논문이 게재됐다.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연구진은 통계청·국민건강보험공단·한국은행 등의 미래 인구수 추정, GDP 대비 의료비 지출, 활동 의사 수 자료 등을 토대로 2023~2060년까지 연간 의료비와 건강 보험료를 예측했다. 코로나19 시기의 특수성을 고려해 2020~2022년 데이터는 제외했다.
그 결과, 한국은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GDP 대비 의료비 지출 규모가 2024년 9.7%에서 2060년 20.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인해 향후 30년간 의료 서비스 수요는 연평균 4% 이상 증가할 것으로 계산됐다. 1인당 연간 의료비는 중산층을 기준으로 2060년에는 약 1000만~1200만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의사 수를 늘리는 시나리오에서도 저소득층·중산층의 1인당 연간 의료비는 감소하지 않았다”고 했다.
의료비 증가로 인해 건강보험료율도 따라 오르면서 2024년 한국인 직장가입자 기준 7.09%에서 2060년 14.39%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진은 고령화와 급격한 인구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의료비 지출이 과도하게 증가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국민의료비(전체 경상의료비)는 209조원으로, GDP 대비 9.7%에 달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9.5%보다 소폭 높다. OECD에서 2015년에 내놓은 보고서(Health at a Glance 2015)에 따르면, 장기요양보험 도입과 건강보험 확대, 약제비 지출 증가 등이 한국 의료비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언급됐다. 논문은 “의료비 지출이 경제 활동을 자극할 수도 있지만, 과도하게 증가할 경우 의료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위험하게 하고 경제 전반에도 부담을 준다”고 짚었다.
논문은 의사 수 증원 정책에서도 이 같은 의료 수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매년 1509명의 의대생이 늘어나더라도, 활동 중인 의사 총수는 10년 후부터는 연간 1% 정도만 증가할 것”이라며 “이는 의사 수가 늘어나도 급증하는 의료 서비스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의대생 수를 늘리는 것보다 의료 보건 시스템을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관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