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투자받은 돈인데 폐업하자”…정부지원 받은 기업 3곳 중 1곳 ‘빨간불’

2025-01-19

2016년~2020년까지 팁스 지원 831곳 중

2023년 기준 매출 1억 미만 163곳·폐업 68곳

2015년 설립된 인공지능(AI) 플랫폼 개발 스타트업 A사는 지난해 폐업했다. 지난 2020년 중소벤처기업부 팁스(TIPS) 프로그램을 통해 정부로부터 5억원을 지원받았지만 후속 투자를 받지 못했고, 지지부진한 실적을 견디다 못해 폐업 결정을 내렸다.

A사 대표는 “억대의 시드 투자를 유치하고 팁스 지원금을 받을 때까지는 회사 상황이 좋아 장밋빛 미래를 꿈꿨지만,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대형 스타트업이 많은 데다, 연구개발(R&D)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초기 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팁스 프로그램 지원을 받은 기업 중 매출이 터무니없이 낮거나 폐업한 경우가 많아 ‘빨간불’이 켜진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초기 기업을 지원하는 팁스의 특성 상 매출을 단기간에 내기 어렵다고는 하지만, 몇 년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매출을 내지 못하거나 폐업한 기업을 줄이기 위해서는 팁스 선정 때부터 엄격한 심사 잣대를 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팁스(TIPS, 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s)는 중기부가 2013년 시작한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벤처캐피털(VC) 같은 민간 투자사와 협력해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성장하도록 지원한다.

팁스 운영사가 팁스를 받고자 하는 스타트업을 추천하면 중기부가 심사해 지원 대상을 선정한다. 팁스 선정 기업은 기술 개발, 연구비, 인건비를 비롯해 정부 지원금을 최대 5억원 받을 수 있고, 민간 투자까지 합하면 최장 3년 간 최대 10억원을 지원받는다. 실제 토스(비바리퍼블리카), 원티드랩, 마켓컬리를 비롯한 스타트업이 팁스의 초기 지원을 받은 덕분에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매일경제가 벤처투자 플랫폼 더브이씨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팁스 지원을 받은 831개 기업 중 2023년 기준 매출액 1억원 미만 기업은 163곳이었고, 폐업한 기업도 68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이 1억~5억원인 기업은 165곳, 5억~10억원은 83곳, 매출 10억원 이상은 323곳이었고, 인수합병 또는 청산으로 사라진 스타트업도 27곳이나 됐다.

팁스 지원금을 받은 후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매출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기업이 많다는 얘기다.

팁스를 받으려다 실패했다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팁스 후 성과가 미비하다는 건 옥석을 제대로 가리지 않고, 스타트업 생태계 부흥이라는 미명 하에 정부 예산을 낭비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팁스 운영사인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의 최윤섭 대표는 “스타트업 업계 특성 상 극소수만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몇 개 회사의 큰 성공이 전체 업계 성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실패한 기업이 많다고 해서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팁스 운영사는 104곳이고, 팁스 시작 첫 해인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팁스에 선정된 스타트업은 2800곳이 넘는다. 2013년 팁스에 선정된 기업은 15곳에 불과했지만, 작년에는 무려 689곳에 달했다. 한 벤처투자 전문가는 “팁스 선정 기업이 해마다 크게 늘어나면서 기업가치를 면밀히 판단할 수 있는 확실한 기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팁스 운영사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투자 대상 스타트업을 선정할 때 더 면밀히 검토해야 하고, 운영사의 투자성과 또한 제대로 평가해 향후 팁스 선정에 가점이나 감점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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