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극우에 물린 국민의힘

2025-08-20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탈출각 못 잡고 존버하는 사람들'

흔히 하락장에서 신음하는 개미 투자자들을 일컫는 표현이다. 투자에서 '물렸다'는 말엔 단순한 손실 이상의 감정이 담겨있다. 잘못된 진입 타이밍과 과도한 기대, 무지 혹은 욕심, 무엇보다 스스로의 결정을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묶인 돈만큼, 묶인 마음도 아프다. 그러나 개미들은 기약 없는 '반등' 희망 하나로 손절을 미루고 버틴다. 이미 투자한 비용이 아까워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른바 매몰비용의 덫 때문이다.

지금 국민의힘이 처한 정치적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계엄 이후 극우 정치세력·유튜버와 그 지지층에 기대어온 국민의힘은 이제 그들에게 '물린' 상태다. 한때는 '방패' '동원층'으로 여겨진 강성 보수 유권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국민의힘을 민심과 멀어지게 하는 리스크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럼에도 손절하지 못한다. 반등을 기다리는 투자자들처럼, 국민의힘은 '당장 버리면 더 잃는다'는 두려움 속에 극우세력에 휘둘리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 기간 동안 당대표 후보들보다 더 관심을 모은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정치권 안팎에선 대구·경북 합동연설회 난동 사건을 두고 전씨를 중징계 처벌로 '손절'해야 한다고 입 모았으나 결국 경고 수준에 그쳤다.

코인에서 '물린 자는 버틴다고 회복되지 않는다'는 말이 통한다. 손절할 것인가, 버틸 것인가. 코인은 빠져나오면 그만이지만 정당이 극우에 물려 표류한다면 그 피해는 국민과 당원 모두에게 전가된다.

극우 세력 때문에 국민의힘을 떠난 민심은 이제 '새로운 자본'을 끌어오지 못하면 반등되기 어렵다. AI가 투자자들에게 유망주로 뜨는 이유는 미래가치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권자들에게 미래가치는 과거에 묶인 계엄과 윤어게인이 아닌 혁신과 인적쇄신일 것이다.

국민의힘은 지금부터라도 미래가치 투자에 앞장서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투자 격언은 정치에도 통한다. 지금 국민의힘에 필요한 건 '존버'가 아닌 '결단'이다.

allpas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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