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임성재 인터뷰 "아멘코너에선 골프 성지의 향기가"

2025-04-08

한국 선수 중 메이저 골프 대회인 마스터스 최고 성적을 낸 선수는 임성재(26)다. 2019년 PGA 투어 신인왕이 됐고 첫 출전한 2020년 마스터스에서 준우승했다. 임성재는 마스터스를 앞두고 애틀랜타의 자택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마스터스 경험과 오거스타 내셔널 코스에 관해 인터뷰했다.

-마스터스 아직도 설레나.

“아직도 대회를 앞두면 기분이 새롭다. 오거스타를 깃발 꽂힌 천국이라고 하던데 맞는 것 같다.”

-골프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뭔가.

”입구인 매그놀리아 레인 들어갈 때 찡한 느낌이 든다. 연습 그린에 있다가 1번홀 티잉그라운드로 걸어갈 때도 그렇다. 다른 곳에서는 갤러리가 떠들기도 하는데 오거스타 갤러리는 매우 진지하다. 다들 존경심으로 대회를 관람하는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동반자는 누군가.

“타이거다. 우즈와는 그 전에 연습라운드도 함께 못해 봤는데 재작년 처음으로 같이 라운드했다. 우즈는 다리가 아파 여덟홀 밖에 못 치고 기권했다. 비도 오고 추워 안쓰러웠지만 그래도 악수하고 함께 걸어 다닌 경험은 황홀하다. 함께 경기할 때 내가 잘 쳐서 좋은 인상을 준 것 같다.”

-6년 연속 출전인데 가장 좋은 추억은 언제인가.

“당연히 2020년 공동 2등이다. PGA 투어 첫 우승 보다 더 강렬하다. 내가 마스터스에서 2등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마스터스는 베테랑이 유리한데 당시 첫 출전해 어떻게 그런 성적이 나왔을까.

“그해 가을 퍼팅이 너무 안 됐다. 진짜 최악이었다. 마스터스 앞두고 일주일 경기를 쉬면서 하루에 3시간씩 퍼트 연습을 했다. 그랬더니 오거스타 와서 실수가 없어졌다. 3m 안쪽 퍼트가 다 들어가 주니 자신감이 생겼다. 쇼트게임은 내 인생 통틀어서 제일 좋았다. 예술이었다. 그린 밖에서 들어간 게 세 번 정도.”

-일반인들이 못 가는 아멘 코너 12번 홀 그린과 13번 홀 티잉그라운드 쪽은 어떤 느낌이 드나.

“12번 홀 그린으로 가는 호건의 다리를 건널 때는 골프 성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 18번 홀 스윌컨 다리를 건널 때처럼 특별한 곳, 아무나 못 가는 가장 성스러운 곳에 간다는 느낌이 든다.”

-오거스타는 다른 골프장과 뭐가 다른가.

“1번부터 18번까지 다 개성이 있다. 비슷한 홀도 없이 매 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 같다. 12번 홀은 뭔가 특별해 보이고 타이거가 그린 뒤에서 기역자로 꺾이는 칩샷을 넣은 파3인 16번홀도 아주 아름답다.”

-안 좋은 기억이 있었던 홀은.

“2021년 15번홀에서 9타를 쳤다. 잘 치고 있었는데 2온을 노리고 친 샷이 그린을 넘어갔다. 내리막 칩샷을 남겼는데 동반자 패트릭 캔틀레이는 비슷한 자리에서 아예 짧게 쳐서 잘라 가더라. 나는 칩샷을 잘하고 자신도 있어서 과감히 쳤다. 사실 잘 쳤다고 생각했는데 홀 옆에 멈추는 것 같더니 슬금슬금 굴러 결국 빠졌고 한 번 더 빠져버렸다. 그 때 좀 많이 아팠다.”

오거스타=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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