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일기] 가족 유럽 여행

2025-08-21

큰마음 먹고 가족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핑계는 충분했다. 올해가 마침 결혼 15주년이다. 2010년 당시, 이때 아니면 못 간다며 무리해서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가는 분위기였다. 하다못해 동남아라도 가는데 대학생이었던 내 주머니 사정상 제주도로 갔다. 코로나 시국에 국내로 신혼여행을 갔던 부부는 내 마음을 알지 싶다. 말 통하고 맛집 많은 제주도로 신혼여행 가는 것도 괜찮다고 합리화했지만 내심 아쉬웠다. 이번에 그 한을 풀었다. 우리 둘 다 유럽 땅을 처음 밟았다.

남편 휴가 기간이 8월 성수기에 맞물려서 1월에 항공과 숙소 예약부터 했다. 11박 13일간 프라하, 잘츠부르크, 뮌헨, 취리히 순서대로 머물렀다. 경비는 1500만 원 들었다. 여행 계획을 짤 때 아이들을 데리고 갈지, 할머니 집에 맡기고 갈지 고민했다. 더운 날씨에 많이 걸을 텐데, 아이들의 짜증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기차와 버스로 나라 간 이동할 거라 더 걱정이었다. 아이들이 처음엔 할머니 집에 있겠다 하더니 따라가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잘 걷는 대신 매일 아이스크림을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여태까지 여행은 내가 계획을 짰는데 학교 다니느라 여유가 없었다. 남편이 전부 계획하고 나는 짐만 쌌다. 영어와 독일어를 할 줄 아는 남편 덕분에 대중교통 이용하기가 편했다. 남편은 와 본 사람처럼 “여기서 타면 돼”, “이번에 내릴 거야” 등 길 안내를 했다. 예상대로 아이들은 다리 아프다며 불평했다. 낮 시간엔 더워서 실내로 일정을 잡았는데 박물관과 미술관을 지루해했다. 약속대로 아이스크림은 매일 사줬지만 아이들의 불평과 짜증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무릎에, 남편은 어깨에 파스를 붙이고 다닐 정도였으니 아이들도 힘들었을 거다.

프라하를 제일 기대했는데 날씨가 흐리고 현지인들이 스웨터를 입고 다닐 정도로 쌀쌀했다. 이브닝크루즈를 탔으나 큰애는 시차 적응 때문에 엎드려 있었다. 동물을 좋아하는 작은애를 위해 동물원에 갔다. 물속에 하마를 보느라 한참을 서 있었다. 저녁에는 공원 언덕에서 노을을 감상했는데 프라하성만큼이나 예뻤다.

우리가 갔을 때가 잘츠부르크 축제 기간이었다. 사운드오브뮤직 영화를 주제로 운영되는 버스 투어와 마리오네트 공연을 관람했다. 버스 투어는 산골짜기에서 자유시간 주는 코스가 가장 좋았다. 알프스산맥과 호수의 풍경이 아름다웠다. 잘츠부르크 카드를 사니까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관광지가 30군데 남짓했다. 잘츠부르크 물가는 비쌌지만 이 카드 덕분에 뽕을 뽑았다.

뮌헨은 일요일에 박물관과 미술관이 인당 1유로다. 뮌헨에서 일요일을 맞이한 우리는 미술관 세 군데를 돌았다.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봐서 신기했지만 아이들은 무척 지루해했다. 뮌헨에 ‘영국정원’이 있는데 ‘중국탑’이 유명하다. 독일, 영국, 중국이 섞여 있는 장소라 궁금했는데 수영과 서핑을 즐기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독일박물관은 과학관처럼 체험 요소들이 있어서 아이들이 나름 즐거워했다.

취리히가 가장 더웠지만 곳곳에 음수대가 있어서 편했다. 아이들이 가장 기대했던 초콜릿박물관에 갔다. 초콜릿을 마음껏 시식하고 주머니가 볼록해지도록 넣었다. 우리가 들렸던 어느 도시든 노을은 꼭 봤는데 야경을 실컷 본 건 취리히였다. 인생샷 남긴다고 사진을 얼마나 찍었는지 모른다.

노출 의상과 애정 행각은 점차 익숙해졌지만 간접 흡연은 괴로웠다. 그럼에도 유럽 풍경이 동화처럼 아름다워서 큰돈 들여 갈 만한 여행이었다. 여행 가기 직전과 다녀온 직후에 집 치운다고 아이들한테 화를 뭐처럼 낸 것은 이 글을 빌려 사과한다. 가족 유럽 여행의 현실은 사과로 마무리.

김윤경 글 쓰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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